◇복부팽만·변비 심할땐 난소암 의심해봐야
여성 3대 암 중 자궁경부암은 백신 접종과 국가암검진 사업의 영향으로 발생 환자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자궁체부암은 생식기관의 출혈 증상을 통해 조기에 알아차리고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많다. 반면, 난소암은 복부 팽만, 더부룩함, 변비 등 비특이적 증상이 주를 이루고 조기암 단계에서는 이러한 증상마저 없는 경우가 상당수다. 통계적으로는 3기 이후에 증상이 나타날 확률이 70%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이러한 난소암이 20~30대 젊은 연령층에서 환자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분당서울대병원 난소암 클리닉은 젊은 조기 난소암 환자에서는 복강경/로봇 수술을 통한 가임력 보존을, 치료가 어려운 3기 이상의 진행성 난소암 환자에서는 ‘수술 후 잔여종양 제로’에 중점을 두고 맞춤 치료를 제공해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산부인과 서동훈 교수는 “여성성을 상징하는 장기에 악성 질환이 생겼을 때 환자들의 걱정과 불안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며 “완치를 목표로 하되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다면 최대한 보존하고, 수술 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몸의 난소는 표면이 무언가로 가려져있지 않고 골반강 내 노출돼 있어, 표면에서 난소암이 발생하면 암 종양도 골반과 복강 내 다른 장기로 퍼지기 쉽다. 이로 인해 초음파 또는 CT에서 난소 종양이 의심돼도 자궁경부암, 유방암, 갑상선암처럼 조직검사를 쉽게 시행할 수가 없다. 암이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은 상태라도 경피침생검을 통해 조직검사를 시행하는 경우 암세포가 골반과 복강 내로 흘러나와 퍼지는 상황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또한, 난소암은 넓은 골반과 복강 내에서 자라고 흔히 복수를 동반하기 때문에 소화불량 같은 증상 밖에 없어 조기에 의심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3, 4기에 진단받는 경우가 흔하고 치료 역시 가장 어려운 여성암으로 꼽힌다.
이러한 난소암은 발병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데, 가임기 여성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수술 후 가임력 보존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본래 난소암 수술은 개복 후 암이 퍼진 부위를 최대한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분당서울대병원 난소암 클리닉에서는 최소침습수술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임신을 원하는 1기 난소암에 한해서 복강경 수술을 시행하고, 난임 클리닉과의 협진을 통해 수술 후 원활한 임신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암이 상당히 진행된 3, 4기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는 많은 환자들의 경우 수술 후 잔존종양이 없는 것이 재발 방지에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때는 개복수술을 통해 암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는 ‘완전종양감축술’을 시행한다. 자궁, 난소, 나팔관의 전이는 물론 복막, 장에 전이된 종양 등을 전부 절제하는 큰 수술로 수술 후 환자는 많은 장기 절제로 인해 삶의 질 저하를 겪게 된다.
◇ 종양감축술 효과…80%는 잔여종양 제로
근래에는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이 유지될 수 있게끔 기능 보존을 위해 수술 전 선행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수술 전 항암치료로 골반과 복강 내 파종 형태로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암 덩어리들을 최대한 줄여서 가능한 기능성 장기들의 절제를 최소화하면서도 눈에 보이는 암이 하나도 남지 않게 완전종양감축술을 시행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암이 남아있을 수 있는데, 생존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추가적인 항암치료를 받아 완전히 암 종양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최근 수술 종료 전 항암제를 42도 물에 타서 복강 내 관류시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구석구석의 잔여종양까지 제거가 가능한 ‘복강내온열항암요법’ 추가 시행이 일부 난소암 환자에서 좋은 치료 성적을 보이고 있다.
난소암은 아직까지 근본적인 발생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질환으로, 확실한 예방법은 없다. 경구 피임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난소암 발병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피임약으로 인해 유방암과 혈전 등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권장할 만한 방법은 아니다.
단, 유전적 요인에 의한 난소암의 경우 ‘BRCA 유전자’가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연구된 바 있는데, 해당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면 난소난관절제술을 통해 약 80-90%의 난소암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난소암 환자 중 많게는 30%에서 BRCA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이 발생하더라도 수술과 항암치료 후 경구 표적치료제 유지요법을 통해 병의 진행을 늦추고 사망율까지 낮출 수 있어 가족 중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해당 유전자가 본인에게도 있는지 검사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유전성 난소암이 아닌 일반적인 경우라면 난소암의 위험에 언제든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30대 중후반부터는 주기적으로 초음파와 피검사를 포함한 부인암 검진을 받을 것이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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