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공룡들, 1세대 중고명품 플랫폼에 꽂힌 이유

카페24 보유 중고명품 플랫폼 필웨이 매각 진행 중
국내 중고명품시장 2조원…트렌비·발란 약진에 폭발적 성장
리본즈, 고이비토 등 1세대 명품 플랫폼 롯데·신세계와 협업
자금여력 충분한 대기업 신사업 추진 가능성 높아
  • 등록 2022-04-14 오전 7:30:00

    수정 2022-04-14 오후 8:35:07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중소기업이 주도하던 중고명품 시장에 유통 대기업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국내 명품 시장이 16조원 규모로 커지면서 중고명품 시장(2조원)도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3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 명품관 샤넬 매장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14일 업계에 따르면 1세대 명품 거래 플랫폼 필웨이는 작년 말부터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필웨이는 2002년 오픈한 국내 1세대 명품 거래 플랫폼이다. 필웨이 인수에는 유통 대기업과 사모펀드까지 다수 기업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웨이의 최대주주는 50% 지분을 보유한 카페24다.

유통 대기업의 한 임원은 “작년에 구구스, 필웨이가 매물로 나왔을때부터 관심있게 보고 있다”며 “신생 명품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기존 업체에 대한 밸류(가치)를 판단하고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했다.

롯데쇼핑(023530), 신세계(004170), 현대백화점(069960), GS리테일(007070) 등 유통 대기업은 자체 중고명품 사업을 하지 않고 않다. 이에 플랫폼을 직접 인수할 경우 관련 데이터와 명품 물량 확보차원에 도움이 된다. 필웨이, 구구스, 고이비토 등은 오프라인 매장도 다수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서비스와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시장가치도 1000억원 내외로 다른 버티컬 플랫폼에 비해 싸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인수대상이다.

롯데쇼핑은 작년 사모펀드(PEF)와 함께 중고나라에 300억원을 투자할 만큼 중고거래에 관심이 크다. 이에 필웨이를 비롯해 중고명품 플랫폼에도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쇼핑은 현재 롯데온을 통해 명품업계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롯데온은 2020년부터 명품 플랫폼 ‘구하다’와 협업해 해외직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 8월부터는 한국명품감정원 등과 협업해 명품 인증 서비스인 ‘트러스트온’을 론칭했다. 최근에는 고이비토, 리본즈 등 업체가 롯데온에 입점해 중고명품을 판매하고 있다.

▲필웨이가 작년 9월 서울 압구정동에 오픈한 중고명품 위탁·매입 전문 매장 ‘에코 스페이스’. (사진=필웨이)
신세계도 SSG닷컴에서 고이비토, 리본즈 등 업체가 중고명품을 판매하는 등 관련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벤처캐피탈(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의 주요투자자이기도 하다.

온라인 부문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현대백화점그룹도 얼마든지 명품 플랫폼에 투자할 수 있는 현금이 충분하다.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현대홈쇼핑은 계열사를 합쳐 6000억원 규모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스타트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GS리테일과 CJ(001040) E&M도 명품 플랫폼에 추가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 GS리테일은 구하다, CJ E&M은 명품 해외 직구 플랫폼 ‘애트니’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필웨이 매각이 올해안에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경쟁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매각가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플랫폼의 시장가치는 작년말 기준 2000억원을 넘어섰다. 연간 거래액은 3000억원 수준으로 구구스, 필웨이보다 2~3배 가량 많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기존 대기업 유통이 아닌 해외직구나 병행수입을 하는 온라인 명품에 대한 관심이 과열 수준으로 높아졌다”며 “이 시장에 진입하려는 대기업과 생존을 위해 투자가 필요한 1세대 명품 플랫폼의 니즈가 맞는만큼 올해 최소 한 두건의 M&A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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