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일상 곳곳에 K(Korea)스러움이 살아 숨쉬지만 지역축제야 말로 K스러움의 총집합이다.”(김혼비 작가)
“평평하고 정형화된 도시의 삶에서 잊혀가는, 입체성이 아직 남아 있는 지역의 축제들을 다루고 싶었다.”(박태하 작가)
|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김혼비와 박태하 작가가 15일 오후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
|
국내에 매년 열리는 수 백개의 지역축제를 주제로 책을 쓸 수 있을까. 수도권과 제주도를 제외한 지방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축제들이라면 더욱 고민은 깊어진다. 하지만 김혼비, 박태하 작가는 오히려 지역 축제에서 가장 ‘K스러움’을 찾았다. 대명사 K는 최근 K팝을 비롯해 K뷰티, K문학 등 한국적임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K스러움’을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이들은 “좋은 것들이라면 다 가져와서 나름대로 의미를 만들기도, 얼토당토 않게 짜깁기하기도 한 것”이라고 정의 내리고 K스러움을 찾아 지역축제 탐방에 나섰다.
최근 두 작가는 손수 선별한 열두 곳의 축제를 담은 책 ‘전국축제자랑’(민음사)을 출간했다. 책은 출간되기 앞서 2018년 10월부터 2020년 1월까지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에 같은 제목으로 연재됐다. 생생한 표현력은 물론 두 작가의 독특한 유머감각으로 이미 출간 전부터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만난 두 작가는 수줍은 듯 하면서도 책에서의 유쾌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실제 8년차 부부이기도 한 두 작가는 인터뷰 중에도 자연스레 서로에게 말장난을 치며 장난기를 감추지 않기도 했다.
책 제목이 ‘전국축제자랑’이라고 해서 단순히 “전국 축제를 찾아 떠나세요”라는 홍보 메시지를 담은 여행기를 상상해서는 안된다. K스러움에도 장·단점이 혼재하 듯, 두 작가는 축제의 단점까지도 낱낱이 적었다. 심지어 김 작가는 양양 연어축제에 대해서는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책에서 말할 정도다. 김 작가는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지역 축제를 알리는 전단지를 뿌리는 기분으로 책을 집필했다”고 표현했다. 박 작가 역시 “지역 축제를 치켜세우거나, 폄하 하기보단 다양한 각도의 입체적 시각을 전하고 싶었다”며 “축제장의 분위기를 최대한 열심히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항상 축제를 다니는 것이 즐겁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김 작가는 ‘품바축제’를 떠올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기괴한 품바 분장도 그렇고, 음담패설이 가득한 타령 분위기도 그렇고 도착하자마자 기가 빨리는 느낌이 들었다”며 “포기하고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다행히 두 번째 날은 적응해서 즐겼던 기억이 난다”고 강렬했던 당시를 되돌아봤다. 박 작가는 혼자 떠났던 ‘젓가락페스티벌’의 뻘쭘했던 마음을 상기하며 “3분이면 다 돌아볼 작은 축제를 혼자서 8시간은 지켜보고 있었다”며 “당시 사회자분이 혼자서 공연부터 부스까지 책임을 졌는데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웃었다.
두 사람 모두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지만, 지역축제를 주제로 공동 집필한 소감은 남달랐다. 특히 연재가 끝난 후 코로나19로 1년 가까이 축제를 갈 수도, 축제가 잘 열리지도 않았기에 더욱 그랬다. 김 작가는 “축제가 너무 가고 싶어서 꿈에서도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글을 쓰면서 너무 괴로웠다”면서도 “아직 코로나가 잠잠해지지 않은 시기에 괜히 여행을 선동하는 건 아닐까 조심스럽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박 작가는 “책을 쓰며 알전구가 켜져있는 축제장 장터 음식이 특히 그리웠다”고 떠올렸다.
지역에 대한 두 작가의 관심은 더욱 깊어졌다. 특히 예전부터 집 책꽂이에 지리부도를 꽂아둘 정도로 지역에 관심이 많았던 박 작가는 “엄연히 존재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 것들에 눈길이 간다”며 “다음 책도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파보고 싶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대단한 작업은 아니지만 소소한 지역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