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시진핑'…무역전쟁보다 치열한 백신개발 경쟁

트럼프 "FDA 시대 뒤떨어진 규제 없애야"
美, 국가비상산태 선포 사흘 후 백신 임상시험
"中지도부, 우리가 먼저 만들어야" 체면 걱정
전세계 30여곳 백신 개발중…수개월 걸릴듯
  • 등록 2020-03-23 오전 4:30:00

    수정 2020-03-23 오전 4:30:00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신정은 베이징 특파원] 코로나19 공포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치료제와 백신을 누가 개발하느냐에 따라 국제질서가 다시 쓰일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특히 미국은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무너진 위상을 되찾기 위해, 중국은 바이러스 발원지라는 오명을 벗고 글로벌 리더로서 부상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G2 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가들과 글로벌 제약사들이 코로나19 퇴치 주역이란 영예를 안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실패 체면 구긴 트럼프…백신으로 역전극 모색

미국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세계 최강국 체면을 여러차례 구겼다. 의사들이 쓸 마스크와 의료물품 부족에 시달리고, 진단키트 등 진단검사를 위한 인프라가 미흡해 감염자 확인에도 애를 먹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이 독일 백신전문기업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예방 백신을 독점하려 하자 독일 정부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섰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발생 초기 안일한 대응이 문제였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 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괜찮다”며 코로나19를 독감 정도로 취급했다. 그러다 이달 2일 첫 사망자가 나오자 부랴부랴 코로나19 대응 TF를 꾸렸고, 지난 13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최고 의료기술국이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한 달 이상 진단키트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CUNY) 교수는 NYT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실책을 가리려고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고 있다”며 “인종주의적 책임 전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미국의 저력은 만만찮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지난 16일 시애틀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첫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지 불과 사흘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일일 브리핑에서 식품의약청(FDA)에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를 없애고 코로나19 해결책을 신속히 처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FDA가 말라리아제와 항바이러스제 3종을 즉시 신종 코로나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이 승인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치료제가 “매우 강력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브리핑에 배석한 스티븐 한 FDA 청장이 “(최종 승인까지)앞으로 수주정도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해 손발이 안맞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사진=중앙군사 웨이보
中,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백신 개발 총력

코로나19 발원지이자 가장 큰 피해국인 중국도 백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중앙방송(CCTV) 은 중국공정원 원사이자 군사의학연구원의 연구원인 천웨이(陳薇) 소장이 이끄는 중국군 연구진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고 17일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일 백신개발에 박차를 가하라고 주문한 지 2주만이다. 미국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은 19시간만에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21일 신경보에 따르면 이미 108명의 우한시 지원자들이 이 백신을 맞았다.

이와 관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지도부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것을 인민해방군(PLA) 과학자들에게 지시했다면서 “중국 지도부는 다른 나라가 먼저 백신을 개발할 경우 ‘체면을 구길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신 개발에 뛰어든 곳은 중국과 미국뿐만이 아니다.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30여개 기업 및 연구소에서 코로나19 치료제 또는 백신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에서는 길리어드, 존슨앤존슨, 모더나 세러퓨틱스 등이 뛰어들었고, 프랑스 사노피, 독일 큐어백,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뛰어 들었다. 이미 임상시험에 들어간 곳도 있다.

가디언은 “세계 각국의 백신 개발이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상용화까진 다양한 임상시험과 승인 절차 등으로 짧지 않은 기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규제를 철폐한다고 해도 백신이 나오기 까지는 수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넬리스 와일더 스미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 교수는 “백신을 사용하기 전에 팬데믹 확산은 이미 절정에 이른 후 감소세에 접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노바벡스 연구소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간)의료진들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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