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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돈 벌어 이자도 못 갚는 대기업 17곳…13곳은 문앞
23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대기업 17곳은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아 쓰러지기 직전인 ‘한계기업’으로 분류됐다. 한계기업 직전까지 와 있는 기업 수도 늘었다. 이자보상배율이 2년 연속 1 미만인 대기업은 13곳으로 지난해 7개사 보다 증가했다. 이들은 내년 영업실적에 따라 한계기업으로 내몰릴 수 있는 곳이다.
올해 처음으로 이자보상배율 1 미만 명단에 이름을 올린 대기업도 9개사였다. 이 중 LG디스플레이, OCI, 진에어 등 6개사는 적자를 기록해 내년에도 실적개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중소기업의 이자보상배율 악화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코스닥 상장사 이자보상배율 1미만 비율은 41.5%를 기록해 지난해 39.6%보다 1.9%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정상적으로 영업활동했지만 10개 중 4개사는 벌어서 이자를 못 내고 있다는 의미다.
업종별로는 올해 3분기 말 현재 58개 업종 가운데 2018년 대비 악화업종(이자비용 0인 업종 8개 업종 제외)은 37개 업종이었다. 2018년에는 42개 업종이었는데 올해 결산을 마치면 악화업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신용감독국 관계자는 “한 해 동안 기업활동을 했음에도 자기자본을 까먹었거나 아니면 새로운 빚을 내서 이자비용을 감당한다는 뜻”이라며 “이런 상황이 1년 동안 지속하면 잠재적 부실기업, 3년 연속 지속하면 자체 생존 능력이 부족한데 금융권에서 대출받아 연명하는 한계기업으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9년 3분기 기업경영분석’ 통계를 보면 이 기간 조사대상 기업의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8% 감소하면서 2분기(-1.1%) 때보다 하락폭이 더 커졌다.
매출액 감소폭은 제조업(-1.7%→ -3.8%)과 비제조업(-0.3%→-1.4%)에서 모두 확대됐다. 영업이익률도 뚝 떨어졌다. 올해 3분기 4.8%로 전년 동기(7.6%)보다 2.8%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9.7%)보다 반토막난 4.5%에 그쳤다.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8.4%)보다 절반가량 떨어진 4.4%였다.
권세훈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환위기 때는 돈 구하기 어렵거나 원청업체 파산으로 대금을 받지 못한 회사가 자신의 경쟁력과 별개로 도산 위기에 몰렸다”며 “최근에는 내재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 돌파구 마련 “앞이 안 보인다”
조선은 이자도 못 버는 기업 비중이 지난 2017년 70.8%에서 올해 3분기 기준 12.9%포인트 줄어든 57.9%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2개 기업 중 1개 이상이 한계기업이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5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2016·2018년 두 차례 유상증자(2조6000억원)를 하며 부채비율을 낮췄지만 여전히 돈을 못 벌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부터 선박 수주시장이 악화하면서 조선업계 모두 고정비 부담이 커졌고 원자재 비용 인상까지 겹치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해운 기업인 현대상선은 2011년부터 8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다. 쌍용차는 올해를 흑자 전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내놨으나 신형 티볼리 판매 부진 등으로 11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기존 대출 상환 연장과 신규 자금 지원 등을 긴급 요청했고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도 2300억원을 직접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2011년 이후 매년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에 100%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회생을 노리고 있다. 올해 첫 이자보상배율 1미만으로 떨어진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인수를 통해 경영 난관을 타개하겠다는 전략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안정성 모두에 경고등이 들어 온 상황”이라며 “최근 민간 소비심리까지 악화하면서 내년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 신용위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