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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SUV RAV4 차주 A씨는 10일 “일본 브랜드에 대한 요즘 사회적 분위기가 워낙 안 좋다”며 토요타 엠블럼을 좋아하던 모양으로 교체했다고 이같이 말했다.
차량에서 엠블럼은 제조 회사명이나 차의 이름 등을 디자인해 마크로 만든 것을 의미한다. 차량 마니아들 사이에서 개성을 드러내는 용도로 엠블럼을 변경하는 일이 왕왕 있었는데 일본 브랜드 불매 여파에 궁여지책으로 엠블럼 변경을 선택하는 일본차 소유주가 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토요타, 렉서스, 닛산, 인피니티, 혼다 등 국내에서 판매하는 5개 일본 브랜드 차주들이 활동하는 동호회를 중심으로 엠블럼 교체를 인증하는 게시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닛산 알티마 차주 B씨는 “일본차라서 테러당할까 봐 엠블럼을 임시방편으로 테이프로 붙여놨다”고 말했다. 토요타 캠리 차주 C씨는 “분위기가 험악해 뗐다가 붙일 수 있는 엠블럼을 장만했다”며 “이미 일본차를 구매해 어쩔 수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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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차 수난시대다. 일본차 차주들은 테러 위협에 노출 되는 등 일본 브랜드 불매 운동이 과열되면서다. 일본 브랜드 불매 여파에 최근 일본차 가치는 뚝뚝 떨어지고 있다. 사겠다는 사람은 줄고, 중고차 시장에 팔겠다는 사람은 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5개 일본 브랜드 점유율은 13.8%로 전월(20.4%)과 비교해 10%대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15.7%)과 비교해도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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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에서도 일본차 홀대 분위기는 감지되고 있다. 일본차를 팔려는 사람은 늘었지만, 구매하려는 소비자 관심은 줄어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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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 규제 여파로 불매 운동이 확산하자 잘나가던 일본차 판매에 급제동이 걸렸다. 한 일본 수입차 브랜드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특성상 현재 계약이 이뤄져야 2~3개월 뒤 인도받을 수 있는데 현재 계약률이 눈에 띄게 줄었다.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할인 판매에 인색했던 일본차 브랜드도 판촉 강화에 나섰다. 일본차로 대표되는 토요타는 캠리 가솔린 모델과 뉴 프리우스, 프리우스 프라임, 시에나 등을 구매하는 고객에 모델에 따라 주유권 50만~400만원을 제공한다. 금융혜택도 강화해 주력 모델인 라브4와 캠리 하이브리드 고객에게 저금리 운용리스 프로그램과 신차교환 할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할인 프로모션이 드물었던 렉서스도 할인카드를 꺼내 들었다. 신차 비교 견적 구매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렉서스의 주력모델 ES300h는 지난달 공식 할인이 50만원 수준이었지만 이달엔 80만원으로 올랐다. UX250h도 30만원에서 70만원으로 할인액을 2배 이상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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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본에서 한국차 판매는 저조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발간한 2018년 한국의 자동차산업 통계를 보면 일본에 수출한 한국차는 지난해 97대에 불과했다. 주로 현대차 대형버스인 유니버스 등으로 2014년 321대, 2015년 275대, 2016년 371대, 2017년 250대 등 수백대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