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공포`에 손님 끊길라…고가 몰카탐지기까지 갖추는 모텔들

객실 불법촬영·유포·생중계까지…진화하는 몰카범죄
고객들 "언제 몰카 찍힐지 몰라 불안"…모텔 기피현상
"고객 놓칠세라" 고가 몰카탐지기도 구매 나서
마포·서대문구 일대 15곳중 5곳 몰카 탐지기 구비
  • 등록 2019-04-01 오전 6:09:00

    수정 2019-04-01 오전 6:09:00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위치한 모텔촌. 이곳에 위치한 한 모텔 지배인은 ‘몰래카메라’ 대책을 문의하자 “자체적인 탐지기로 검사한다”고 말했다.(사진=김호준 기자)


[이데일리 황현규 김호준 기자] “몰래카메라(몰카)가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에 남자친구와 모텔에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김인경씨, 29세)

“계속되는 모텔 몰카 사건 때문에 고객 발길이 끊길까 봐 몰카 탐지기를 갖출 예정이다.”(박명식씨, 50세, 모텔 운영)

최근 모텔 몰카 사건이 잇따르면서 이른바 `모텔 포비아(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몰카 범죄 특성상 자신이 피해자인지도 모른 채 불법 촬영된 영상물이 온라인에 유포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모텔에 가기가 꺼려진다는 것이다. 특히 몰카 범죄는 촬영·시청·유포를 넘어 생중계까지 이뤄지면서 수법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모텔들은 100만원에 달하는 고급 몰카 탐지기를 구매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몰카 불법 촬영범죄 매년 5000건 이상 발생

몰카를 이용한 불법 촬영범죄는 매년 5000건 이상에 이른다. 경찰청에 따르면 몰래카메라 범죄(성폭력범죄의 처벌법 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는 지난 2017년 6465건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약 17.7건이다. 연도별로 △2014년 6635건 △2015년 7615건 △2016년 5170건이다. 특히 모텔 객실은 몰카의 표적이 되기 쉽다. △성관계가 이뤄 진다는 점 △불특정 고객이 사용한다는 점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7월에는 모텔의 TV 속에 몰카를 숨겨 4년 넘게 촬영해온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서울 서초구 인근 3개 모텔에 비치된 TV 스피커 부분에 CCTV 17대를 설치한 뒤 카메라를 와이파이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방 안을 들여다 봤다. 이렇게 촬영한 영상은 2만여 개에 달했다. 지난 3월에는 모텔에 몰카를 설치해 이를 해외사이트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한 일당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모텔 셋톱박스(수신기) △헤어드라이어 거치대 △콘센트 등에 몰카를 숨겼다. 촬영한 영상은 월 이용료 5만원에 생중계했다. 피해자는 총 1600여 명에 달한다.

3월 20일 경찰이 공개한 셋톱박스의 모습. 4명 일당은 숙박 업소의 모습을 생중계하기 위해 셋톱박스에 1㎜ 가량의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사진= 경찰청 제공)


고가 몰카 탐지기 부담돼 돈 모아 구입하기도

고객들은 계속된 몰카 사건에 모텔 포비아를 외치고 있다. 서울에 거주 중인 박성용(30)씨는 지난달부터 여자친구와 모텔에 가지 않는다. 박씨는 “가끔 이벤트 차원으로 찾던 모텔을 아예 끊었다”며 “몰카로부터 안전한 곳이 어딜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모텔들은 몰카탐지기를 구비하며 고객 달래기에 나섰다. 실제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서대문구 일대 15곳의 모텔 중 몰카 탐지기를 갖춘 모텔은 5곳에 달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모텔 2곳을 운영 중인 박찬영(가명)씨는 최근 100만원 대의 몰카 탐지기를 구매했다. 박씨는 “날짜를 정해 전체 모텔 객실을 점검하기로 했다”며 “수상해 보이는 사람이 오가면 특별히 더 신경을 쓴다”고 전했다. 이어 “몰카를 불안해하는 손님들이 많아 개인 돈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몰카 탐지기의 가격이 부담돼 주변 모텔들과 돈을 모아 몰카탐지기를 사는 경우도 있다. 서대문구에서 모텔을 운영 중인 안민찬(52)씨는 인근 모텔 주인과 돈을 모아 몰카 탐지기를 구매할 예정이다. 안씨는 “몰카 탐지기를 매시간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근 모텔 주인과 반반씩 돈을 내고 구매할 예정”이라며 “종종 카운터에 몰카탐지기가 있느냐고 묻는 손님들 때문에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씨는 “급한대로 구청 등 공공기관에서 몰카 탐지기를 빌려서 객실 전체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여가문화 매칭 플랫폼인 야놀자 관계자는 “모텔 몰카 범죄로 인해 손님 감소 등이 발생하면 결국 업주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며 “△몰카 설치 악용사례 △몰카 탐지 방법 △몰카 예방법 등을 알려 달라는 업주도 덩달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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