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서울 강남역에서 차로 3시간, 250㎞를 달려 도착한 강원 동해시 쌍용양회 북평공장. 동해공장의 부속공장인 이곳은 바다와 맞닿아 있는 항구에 위치했다. 북평항은 민과 군이 함께 쓰는 항구인지라 미리 승인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항만 보안담당자는 “군함이 있는 바다를 향해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당부했다. 차를 타고 항구 입구에서 5분 정도 더 들어가자 시멘트를 싣고 미국을 향해 출항을 준비 중인 3만t급 거대한 선박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앞으로 남북경협이 실현될 경우 미국으로의 수출보다 북한과의 교역량이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 북평항에서 북한 원산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230㎞, 배로는 왕복 4일가량이 걸린다. 추대영(56) 동해공장장은 “여건만 되면 바로 북한으로 시멘트를 이송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생산능력 1120만t, 단일 규모 세계 최대 시멘트 생산거점인 쌍용양회 동해공장은 최근 남북해빙기를 타고 새로운 꿈을 꾼다. 앞으로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공사가 본격적인 삽을 뜨면 시멘트 업종은 ‘건설붐’ 수준의 수혜를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평공장 부두에는 6척의 선박이 동시에 접안해 작업이 가능한 구조다. 최대 5만t급의 시멘트 전용 선박까지 정박할 수 있다. 다만 이곳 북평공장에서는 실제로 시멘트 생산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추 공장장은 “실제 생산은 동해공장에서 이뤄진다”며 “동해공장의 시멘트는 8.4㎞ 길이의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북평공장으로 옮겨진다”고 설명했다. 그 양은 800만t으로 동해공장 생산량의 70%에 달한다.
|
추 공장장을 따라 차를 타고 동해공장으로 이동했다. 눈앞에 거대한 시멘트 생산시설이 펼쳐졌다. 공장부지만 170만㎡, 도보로만 1시간도 넘는 거리이기 때문에 이곳 역시 차를 타고 주요 지점을 들렸다.
시멘트 생산설비의 핵심은 ‘소성로’(燒成爐), 한자어 그대로 돌을 구워 내는 가마와 같다고 생각하면 쉽다. 다만 시멘트 소성로는 긴 원통형 가마다. 1분에 4~5회 회전하며 분쇄한 석회석을 철·규석 등과 함께 섞어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열은 1450℃에 달한다.
최근 쌍용양회는 여기서 발생하는 열을 다시 회수, 전기를 만드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전체 전력비를 줄여 원가 절감에 나선다는 청사진이다. 추 공장장은 “과거에는 소성과정을 거친 후 350℃까지 떨어진 열을 그대로 대기로 밖으로 배출했다”면서 “올 8월 준공 예정인 폐열발전사업을 통해 남은 열로 전력을 생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해공장은 연 1000억원에 달하는 전력비 중 30%를 폐열발전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쌍용양회의 가장 큰 고민은 건설경기 부진이다. 추 공장장은 “동해공장 역시 이런 고민의 결과로 다양한 원가절감 대책을 마련 중”이라면서 “미국 등 수출 지역 확대는 물론 북한과의 교류를 준비하며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