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미 갈등에 문 대통령 역할 중요하다

  • 등록 2018-05-21 오전 6:00:00

    수정 2018-05-21 오전 6:00:00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오늘 오후 출국한다. 내달 12일로 예정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간에 북한 핵폐기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회담이지만 돌변하고 있는 북한 상황이 최대 변수다. 북한은 갖은 꼬투리를 잡아 북·미정상회담 거부 의사까지 내비치며 우리 정부와 미국에 대해 노골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 북·미 사이에 불거진 마찰을 중재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도 지금으로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오히려 북·미 간의 견해 차이보다는 남북 사이에 불거진 갈등이 더 시급한 문제로 떠오른 마당이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던 북한은 느닷없이 탈북자 문제까지 거론하며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과거 정부 당시 이뤄진 중국 소재 북한식당 여종업원들의 집단탈북 논란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폭로발언이 그것이다. 최근 남북고위급회담의 일방 취소 및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 취재를 위한 방북 기자단 명단을 받지 않은 데 이어진 불만 표출이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선(先)폐기-후(後)보상’의 리비아 핵폐기 방식을 요구하는 미국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지만 향후 진행될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 내부에서 ‘기획 탈북’ 의혹까지 공개적으로 제기되는 분위기에서 북한이 이러한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남북관계 개선을 굳게 약속한 ‘판문점 선언’의 취지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기색이다. 앞으로도 비슷한 양상의 대남 압박수위가 고조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게 문제다.

이번 다툼에서도 아직은 북한이 이기는 모습이다. 북한 트집에 대해 미국은 리비아식이 아닌 트럼프식 해법을 들고 나왔으며, 김정은 체제의 보장 및 한국과 같은 경제번영 약속까지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되는 파국까지 이르지야 않겠지만 회담에서 만족한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다. 문 대통령은 워싱턴 출발을 앞두고 어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도 가졌다. 북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가 우선 과제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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