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대통령 전용기의 임대만료 기간을 2년여 앞두고 전용기 구매 필요성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현재의 ‘임대 전용기’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계기로 한 단계 더 높아진 우리의 국격에 걸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좌석 부족으로 인한 수용 능력의 한계, 경제적 실익, 보안상의 문제 등도 다각적으로 검토됐을 것이다.
지금 전용기로 사용되는 보잉 747-400 기종은 대한항공에서 2020년 3월까지 5년간 빌린 것이다. 임대비도 1420억원에 이른다. 전용기라기보다는 ‘전세기’인 셈이다. 우리 경제 규모에 비춰 나라 체면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미국과 일본이 정상 해외순방 때 2~3대의 전용기를 운용하는 것과도 대비된다. 민항기 임차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전용기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대통령을 수행하는 참모진이 늘어나면서 수용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이해가 된다.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 때 전용기 좌석이 모자라 일부 청와대 참모진과 취재기자들은 별도 민항기를 타고 이동했다. 보안과 경호에 있어서도 불편함이 따르기 마련이다. 빌리는 것보다 전용기 구입이 더 경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도입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문제는 시기가 적절한가 하는 점이다. 과거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도 전용기 도입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이유를 헤아릴 필요가 있다. 노 정부는 2006년에 전용기를 구매하려 했지만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을 이유로 반대해 뜻을 접었다. 이 정부가 2008년 재추진했지만 그때는 보잉사와 가격 이견으로 백지화됐다. 매번 어려운 경제 사정이 걸림돌이었던 셈이다.
지금 상황이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경제의 외형은 커졌지만 곳곳이 지뢰밭이다. 고금리·고유가·원고(高)에 미국의 통상압박, 14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최악의 청년실업,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 등 대내외 악재가 첩첩이다. 경제 사정이나 국민 정서에 비춰 지금은 대통령 전용기 도입 얘기를 꺼내기에 이른 감이 있다. 경기가 좋아지고 민생이 안정된 뒤에 구입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