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한미약품은 2015년 미국 스펙트럼에 다중표적 항암제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6건의 신약후보물질을 8조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한미약품은 당해 매출 1조3000억원을 올리며 창사 이래 첫 1조원 이상 실적을 기록했다. 당시 매출의 절반에 육박하는 약 5000억원을 기술수출에 따른 계약금과 초기 마일스톤(기술료)을 통해 올린 덕이었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이듬해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했던 폐암 표적항암제 계약이 해지됐다. 그 결과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받기로 한 금액이 8515억원에서 583억원으로 급감했다. 사노피와 체결했던 4조 8344억원 규모 기술수출 중 일부도 해지, 전체 금액 중 9700억원이 감소했다.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을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할 경우 얼마나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또 한편으로는 신약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한미약품의 해외 진출을 기점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하 제약기업)들이 신약과 바이오시밀러(생물학적 의약품 복제약) 등을 앞세워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 상업적으로 성공한 국산 신약으로 평가받는 보령제약 카나브와 다양한 복합제(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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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업체가 개발한 신약은 1999년 SK케미칼의 위암항암제 ‘선플라’를 시작으로 지난해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의 퇴행성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까지 총 29개다. 이중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약은
보령제약(003850) 혈압약 ‘카나브’와
LG화학(051910) 당뇨약 ‘제미글로’ 등이다. 카나브는 2011년 출시한 후 현재 연매출 500억원 안팎을 올리는 제품군으로 성장했다. 2012년부터 판매 중인 제미글로는 복합제(제미메트)를 포함해 연매출 700억원가량을 올린다. 하지만 카나브와 제미글로 등을 제외한 대부분 신약은 현재까지 ‘개발에 의미를 둔’ 상태에 머물러있다.
| 연매출 500억대로 성장한 국산 당뇨병치료제 LG화학 제미글로와 복합제.(사진=LG화학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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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적어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없어졌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한미약품이 2015년 기술수출에 잇달아 성공을 거두면서 해외 제약기업들이 국내 업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실히 달라졌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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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은 과거 ‘성공과 실패’를 밑거름으로 올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다. 이 회사는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비만·당뇨병 바이오신약을 비롯해 항암신약, 면역질환신약, 희귀질환신약 등 총 25개의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공개했다.
특히 한미약품이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혈액암치료제 ‘롤론티스’의 글로벌 임상3상 중간 결과가 다음 달 중 발표된다. 올 2분기 중에는 일라이릴리에 기술수출한 자가면역질환치료제의 글로벌 임상2상 중간결과, 올 하반기에는 존슨앤드존슨에 기술수출한 비만치료제의 미국 임상1b상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국내 제약업계 1위인
유한양행(000100)은 폐암표적항암제 ‘YH25548’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더 이상 쓸 약이 없는 환자들을 위한 3세대 폐암표적항암제다. 유한양행은 미국 임상암학회(ASCO) 학술대회에서 YH25548 임상1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면역항암제와 당뇨·비알콜성지방간 치료제에 대한 초기 임상시험은 다음달에 착수한다.
대웅제약(069620)은 항궤양제 ‘DWP14012’ 임상2상 결과가 올 상반기 중에 나온다. DWP14012는 지난해 5월 시작한 임상시험에서 기존 항궤양제 제품보다 우수한 위산분비 억제효과를 내며 주목 받았다. 대웅제약은 DWP14012에 대한 임상3상을 올 하반기에 착수하는 한편, 해외 제약기업들과 기술수출 협상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밖에 종근당이 개발 중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KD-506’은 올 상반기 중 유럽에서 임상2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미약품처럼 개발 중인 신약 기술을 수출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SK케미칼(285130)은 이날 프랑스 사노피에 1억5500만달러(약 1691억원) 규모로 세포배양 백신기술을 이전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이번 계약을 통해 사노피는 독감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차세대 독감백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제약기업들이 신약 분야에서 지난 20년간 쌓아온 ‘실패의 경험’이 올해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싹을 틔울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기업들이 신약 개발 초기부터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통할만한 아이템을 선정해 R&D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해외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등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이 해외 글로벌 제약기업과 유사하다”며 “한미약품 기술수출을 계기로 국내 제약기업들의 R&D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크게 줄면서 해외 제약기업들이 국산 신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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