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수사당국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검이 윤종규(62·사진) KB지주 회장을 고발한 투기자본감시센터를 고발인 조사한 데 이어, 사흘만인 이달 3일에는 영등포경찰서가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인사담당 HR(Human Resources)본부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경의 양 수사는 각각 수사 초점이 다르다. 현재 윤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배임) 위반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은 형법상 횡령·배임죄에 비해 형량이 매우 무겁다.
검찰은 LIG손해보험 인수 과정에서 윤 회장 측의 횡령·배임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의 고발장(2017형제60709)에 의하면 윤 회장과 KB금융 등은 지난 2014년 말 업계 4위인 LIG손보를 고가에 사들여 총 5451억원 규모의 횡령·배임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일반적인 수사 기간을 한 달가량 넘긴 이번 검찰 수사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통상 검사는 고소인 및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수사를 개시한 뒤 석 달 안에 수사를 마무리한다”면서 “고소·고발장 접수 후 일주일 내외에서 이뤄지는 고발인 조사가 4개월 만에야 비로소 처음 실시됐다는 것은 사건 접수 후 넉 달 동안 검찰이 아무 일도 안 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앞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해 6월과 8월에 KB금융의 LIG손보 및 현대증권 지분 고가 인수, 그리고 KB지주가 현대증권에게 자사주 저가 매도를 강요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횡령했다는 이유 등으로 두 차례 검찰 고발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작년 12월 두 건 모두 혐의 없음을 사유로 ‘각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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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KB금융을 수사하는 배경에 은행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사를 본격화한 시점이 미묘하기 때문이다.
연임에 성공한 윤 회장은 취임을 불과 2주일가량 남기고 있다. 오는 21일 윤 회장은 제5대 KB금융 회장으로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윤 회장과 함께 허인 신임 국민은행장 내정자 역시 오는 20일 임시주주총회 결의 이후 21일부터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법조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KB금융에 대한 수사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경찰이 압수수색한 곳이 ‘인사관리 부서’란 점에서 설문조사 조직적 개입을 넘어 우리은행 사례처럼 유력인사의 인사 청탁을 받는 등 채용비리 관련 추가 증거가 수집될 경우 검찰이 채용비리까지 인지수사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압수한 컴퓨터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혐의점을 검토한 뒤 조만간 윤 회장 등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윤 회장은 물론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검·경의 ‘사정 칼날’의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