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재전쟁]③`연봉 2배 줄게`..韓인재 찜한 실리콘밸리

해외 글로벌 기업들, 한국 인재 영입 열 올려
수직적인 한국식 조직문화 지친 이들 관심↑
'유출'이 아닌 '진출' 차원으로 보자는 시작도
  • 등록 2017-08-11 오전 5:30:13

    수정 2017-08-11 오전 11:10:43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IBM 창립 50주년을 맞아 한국IBM이 마련한 인공지능 ‘왓슨(Watson)’시연행사에서 시민들이 관계자로부터 ‘왓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우리보다 이미 더 앞선 시기부터 AI 인재 확보에 열을 올려온 해외 글로벌 기업은 이제 우리나라의 인재를 탐내고 있다. 국내에서 아직 관련 산업의 틀이 다 닦이지 않아 구직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자 기업들도 높은 처우를 약속하며 손짓에 나서고 있다.

구인·구직에 많이 활용되는 인맥관리 소셜미디어(SNS) ‘링크드인’에 올라온 채용공고를 보면 현재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구글, IBM 등이 국내에서 근무할 전문 인력 채용에 나섰다. 또 애플, 페이스북, 인텔 등 굴지의 글로벌 IT 기업들이 미국 본사에서 근무할 한국계 인력 채용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운의 꿈 품고 떠나는 젊은 인재 급증

AI 분야는 1990년대부터 붐이 일었지만, 국내에서는 관련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그동안 충분한 성장 기반을 닦지 못했다. 최근 들어 구글 알파고가 다시 일으킨 관심에 관련 분야를 준비한 젊은 인재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이나 기관에서는 아직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 얽매이기보다는 해외 글로벌 기업 근무가 더 매력적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국 IT 업계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에서 신입 엔지니어의 연봉은 12만~15만달러(약 1억3600만~1억7000만원)로, 국내 대기업과 비교해 거의 두 배 차이가 난다.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는 한 한국계 엔지니어는 “실리콘밸리 곳곳에 오래 전부터 한국인 엔지니어들이 많이 진출해있어 관련 커뮤니티도 활성화돼있다”며 “수직적인 한국식 조직문화에 질린 경력 개발자들도 많이 넘어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인력의 유출이냐 진출이냐..우려와 기대감 공존

미국 등 해외로 떠나는 국내 AI 인재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KAIST에서만 40여명이 최근 미국 기업에 취업하는 등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해외 기업들은 우리나라에서 공개적인 캠퍼스리쿠르팅 방식보다는 인턴십이나 추천 채용 등의 방식을 통해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또 개별적으로 해당 기업에 원서를 보내고, 인터넷 영상통화를 통한 면접을 거쳐 채용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현재 미국만 봐도 AI 관련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곳이 기존 실리콘밸리 소재 IT 업체뿐 아니라 반도체(자일링스, 글로벌파운드리), 컨설팅(맥킨지, 액센추어, 언스트앤영), 제조업(GM, 포드, 토요타, 보잉), 유통(노드스트롬, 암웨이), 금융(시그나, 피델리티, UBS, 다우존스), 정부기관(NSA, NASA) 등 다양하다. 여기에 레노버, 화웨이, 후지쯔 등 외국계 업체도 미국 현지 R&D센터에서 근무할 글로벌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어 미국을 선택하는 국내 젊은 인재들의 행렬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대한 시각은 우려와 기대가 섞여있다. 국내 한 대학 관계자는 “해외 진출로 글로벌 인재가 되는 것도 좋지만, 국내 산업 생태계가 그만큼 발전이 더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기업의 주요 영입사례를 보면 IBM이나 구글 등 해외 기업에서 역량을 쌓은 뒤 다시 국내 기업으로 돌아오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오히려 선진 시장의 노하우를 배워올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 주목했다.

[ AI 인재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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