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훈의 萬藥에]고가 면역항암제 건강보험 적용 머지 않았다

  • 등록 2017-04-16 오전 7:14:22

    수정 2017-04-16 오전 7:14:22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최근 항암제 분야의 가장 큰 화두는 면역항암제입니다. 암은 정상적인 세포가 유전적 돌연변이로 사멸하지 않고 계속 자라는 것인데요, 1세대 항암제가 일반적인 세포보다 빨리 자라는 세포를 모두 공격하는 약, 2세대 항암제가 특정 암세포의 돌연변이를 인식해 공격하는 약이라면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자연적인 면역시스템의 기능을 높여 암세포를 공격하는 약입니다. 1세대 항암제가 체모, 위점막같이 원래 빨리 자라는 세포도 공격하기 때문에 이 항암제를 쓰면 속이 메스껍고 머리카락이 다 빠지는 부작용이 있죠. 2세대 항암제는 알려진 유전자가 아닌 다른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한 암에는 쓸 수 없고, 특정 암에만 쓸 수 있다는 제한점이 있습니다. 이들 약과 달리 면역항암제는 원론적으로는 모든 암에 적용이 가능합니다.

면역항암제가 ‘꿈의 약’으로 불리긴 하지만 문제는 약값입니다. 한 번 맞는데 수백만원이 들기 때문에 1년에 1억원이 넘는 약값이 듭니다. 암 치료하다 집안을 거덜 낼 수도 있고, 비싼 약값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개발된지 얼마 되지 않아 완치 후 약을 끊어도 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 암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평생 약을 써야 합니다. 제약사 입장에서 약을 끊어도 될지에 대한 임상시험을 할 리가 없죠.

우리나라는 암환자는 약값의 5%만 부담하고 나머지 95%는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시스템입니다. 한정된 의료비를 전 국민이 써야 하기 때문에 면역항암제에 기존과 같이 95% 특례를 적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일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약을 쓰면 효과를 볼 사람들에게 치료기회를 박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면역항암제를 건강보험이 지원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와 해결책에 대한 묘수가 필요한 사항입니다.

현재 MSD의 키트루다와 BMS오노의 옵디보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약값을 얼마로 할지, 면역항암제에 효과를 보일 사람을 어떻게 정할지, 환자 부담은 얼마로 할지 등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 중입니다.

MSD는 심평원이 국내 경제성평가를 근거로 제시한 약가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처럼 비급여로 환자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환자가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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