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을 대상으로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모인’의 서일석(34·사진) 대표는 오는 7월 외국환거래법이 개정되고 시장이 열리면 핀테크 업체가 승부를 걸어볼만 하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해외 송금을 독점했던 은행이 높은 수수료를 부과해온데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비용까지 있었던 반면 핀테크 업체는 낮은 수수료와 투명한 비용구조 공개로 금융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송금 체계의 불합리성은 서 대표가 창업에 나선 계기가 됐다. 10년 전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한국에서 생활비를 받을 때마다 수수료는 이렇게 비싼데 송금했다는 돈을 받으려면 며칠, 심지어 몇주씩이나 걸릴까 불만이 많았다.
서울 과학고, 카이스트 전산과, 미 카네기멜론대 석사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 소프트뱅크벤처스 책임심사역, 퓨처플레이 투자총괄, 옐로금융그룹 최고전략담당자(CSO) 등을 역임한 그는 디지털 해외 송금 업체인 모인을 만들면서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수수료를 80% 낮췄고 송금하면 ‘딩동’ 하고 도착할 수 있게 시간도 대폭 단축했다. 은행에서 해외 송금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혁신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서 대표는 “결국 기존 금융서비스와 다른 것은 공급자 입장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이라며 “사용자 편의성에 승부가 걸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송금시장이 막 걸음마를 뗀 단계에 있다고 본다. 외국인 노동자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고 이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해외 송금 규모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유학생들이 한해 쓰는 돈이 대략 1조5000억원, 일본 유학생 소비규모가 4000억원이다. 특히 중국 시장은 연 10%씩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조기유학까지 포함하면 시장 규모는 더 크다.
그는 그런 면에서 이번 외국환거래법 개정은 상당히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서 대표는 “외환위기 이후 20년가량 막혀있던 외국환거래법이 풀렸으니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스타트업에게 문턱이 높고 한도가 연 2만달러에 그쳤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