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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이탈리아 명품 구찌는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최대 50% 할인을 진행했다.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도 지난해 40%였던 할인폭을 더 올려 반값 할인에 나섰고,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그룹(LVMH)의 펜디도 30~40%까지 할인율을 높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매출 하락이다. 구찌의 국내 매출은 2013년 2425억원으로 2년(2960억원) 전에 비해 18%나 떨어지고, 펜디코리아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7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같은 LVMH 소속이라도 매출이 꺾이지 않은 루이비통은 여전히 ‘노(NO) 세일’을 고집하고 있다.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대한민국은 ‘할인 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다. 미샤, 이니스프리, 네이처리퍼블릭 등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들은 1년에 60일 이상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해 더페이스샵은 112일간 세일을 진행했다. 이틀 걸러 하루 꼴로 할인 행사를 벌인 셈이다. 패스트 패션, 즉 옷의 수명이 짧은 제조·유통 일괄형(SPA) 패션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탑텐의 경우 1년 내내 인기 제품을 싸게 판매한다.
세일 유형도 다양하다. ‘1+1’이나 ‘반값 할인’, ‘7주년 기념 70% 할인’, ‘10월10일 맞이 10% 할인’ 등 숫자 마케팅은 기본이다. 핼러윈이나 블랙프라이데이처럼 우리나라엔 없는 명절이나 판촉행사를 끌어다가 세일을 진행하는 업체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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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행사가 매달 또는 매주 있다 보니 제 가격에 물건을 사지 않고 세일을 기다리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아예 상품 가격을 정가가 아닌 반값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잦은 할인이 제품의 가치를 떨어뜨린 셈이다. 파격 할인을 자주하는 브랜드일수록 할인 기간이 끝나면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는 ‘소비절벽’ 현상이 심해진다.
그러나 할인이 독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적정한 수준의 할인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충성 고객이 없어 가격이 저렴한 품목을 택하거나 써 봐야 좋은 것을 아는 소비재일수록 할인을 통해 소비자를 선점하는 것이 필요하다.
패션 SPA 브랜드 담당자는 “품목에 변화가 없거나 지나치게 가격을 많이 낮추는 파격 할인이 습관이 될 경우 과도한 할인이 회사의 존폐를 위협하기도 하지만 적정 수준의 할인은 필요하다”며 “재고 수량, 운영비, 원가비, 프랜차이즈의 경우엔 점주와 본사와의 부담 비율 등을 적절하게 조율해 세일을 진행한다면 할인 행사는 소비자와 업체 모두에 ‘윈윈’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