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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당시 분양가였던 3억 8233만원(기준층 기준)보다 3배 정도 높은 금액이다.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이긴 해도 서울 강남 재건축 대장 주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형 매매가(11억 1500만원)와 어깨를 겨눌만하다. 이 아파트는 전세도 6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노형동 J공인 관계자는 “외지인이 몰려들어 현지 부동산 경기를 완전히 띄워놓은 결과”라며 “요즘 제주도 집값은 불과 한 달 사이에도 2000만~3000만원씩 오를 정도”라고 말했다.
돌과 바람, 여자가 많다고 해 ‘삼다(三多)의 섬’으로 이름난 제주도. 이제는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국내·외 부동산 투자 수요가 밀려들면서 제주도 주택과 토지시장이 펄펄 끓고 있어서다.
아파트값 상승 전국 최고…‘묻지 마 투자’도 속출
도내 아파트값은 연일 고점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노형동에서 2001년 입주한 ‘노형 아이파크’ 아파트 전용 85㎡형은 현재 매매 시세가 4억원을 넘어섰다. 1년 전보다 1억원 가량 오른 것이다. 입주 10년 차를 맞은 ‘노형 e편한세상’ 전용 163㎡형은 최고 10억원 선에 매도 호가가 형성돼 있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6억원 이하에 팔렸던 아파트다. 노형동 뜨란채대림공인 양순희 대표는 “제주도는 요지에 있는 중대형 아파트 단지가 워낙 부족하다 보니 희소성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분양권 시장에도 인파가 몰리고 있다. 지난 4월 서귀포시 강정동에서 분양한 ‘강정 유승한내들 퍼스트오션’ 아파트는 376가구 모집에 3985명이 몰려 청약 1순위에서 마감됐다. 당첨 경쟁률은 10.6대 1이었다. 인근 J공인 관계자는 “바다 조망권을 확보한 이 아파트 전용 102·111㎡형 분양권에 웃돈이 1억 1000만~1억 2000만원 정도 붙었다”며 “그나마도 매물이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말했다. 강정 유승한내들처럼 전매 제한 규제가 있는 단지들은 계약서를 미리 쓰고 잔금을 나중에 치르는 방식으로 분양권을 사고파는 불법 거래도 흔하다.
토지 시장은 과열 조짐마저 보인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도내 토지 5만 3599필지(7653만㎡)가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만 4031필지(5718만㎡)보다 20% 이상 급증한 것으로, 하루 평균 221필지가 사고 팔린 것이다.
수요가 넘치니 ‘묻지마 투자’도 속출하고 있다. 경매전문업체인 지지옥션이 집계한 결과, 제주도 토지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은 이달 현재 156.2%를 기록하고 있다. 감정가보다 50% 이상 비싼 가격에도 땅을 짚어간다는 뜻이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올해 제주도 토지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도 예년의 2배 수준인 80% 선에 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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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114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내년까지 제주도에서 입주하는 아파트는 연간 2000가구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제주도 전입인구에서 전출인구를 뺀 순이동 인구는 최근 들어 매달 1000명 이상으로 불어난 실정이다. 우철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제주도 지부장은 “인구 유입이 급격히 늘고 휴양지를 찾는 내국인과 중국인 수요에 더해 투자자까지 가세하면서 이들을 수용할 집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급기야 이달 초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택지 개발 계획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2007년 이후 사실상 중단했던 신규 택지 개발사업을 재개해 주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제주도는 개발할 수 있는 땅이 원체 부족하고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 지금의 가격 오름세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신규 수요자라면 단기적인 시장 충격 등을 고려해 주변 경관이 좋고 편의시설이 잘 확보된 지역의 기존 가옥 등 가치가 높은 곳을 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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