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로 따져 세계 4번째라는 규모답게 공사 금액도 만만치 않다. 7억 3800만 달러. 1976년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공사 이래 중동에서는 최대 토목공사다. 당시 난관을 헤치고 주베일 공사를 따낸 것도 현대건설이다. 이제는 고인이 된 정주영 회장이 불굴의 개척정신으로 일궈낸 쾌거였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났어도 ‘건설 코리아’의 도전은 여전하다.
그때 중동 근로자들은 모래알 섞인 밥을 먹으면서도 꿋꿋이 버텼다. 석유파동의 와중에서 바닥에 처했던 외환위기를 넘겼고, 결과적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바탕이 마련된 것이 그 덕분이었다. 낯설고 물설었을망정 중동이 우리의 블루오션이었던 셈이다.
우리 기업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삼환기업이 사우디의 알훌라에서 카이바에 이르는 도로공사를 수주한 것을 비롯해 남광토건과 신한기공, 대림산업, 신원개발 등이 아랍에미리트연합과 쿠웨이트, 이란 등에서 연달아 공사를 따냈다. 세계적으로 건설시장의 무대가 중동으로 옮겨가던 무렵이었다. 그리고 현대건설의 주베일 산업항 공사로 ‘중동 신화’의 기폭제가 마련됐던 것이다.
아쉽게도 박 전 대통령은 이런 발판을 마련하고도 끝내 중동 땅을 밟지는 못했다. 1979년 12월 사우디와 쿠웨이트를 공식 방문토록 예정되어 있었으나 10.26으로 타계하는 바람에 계획으로만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이란 팔레비 국왕의 방한을 요청한 데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 대한 단계적 승인 방침까지 밝히는 등 중동 정세에 적극 개입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순방에 나섰다. 우리 건설업계의 해외진출 50년, 중동진출 40년을 맞아 부친의 유지를 잇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해외건설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 중동은 건설시장만이 아니다. 에너지와 교통·철도, 정보통신, 보건의료, 더 나아가 식품 분야에 이르기까지 드넓은 분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원전도 우리가 경쟁력을 자랑하는 분야다.
진정한 ‘라피끄’(동반자)의 협력 정신으로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킨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사막에 내리는 비도 한 방울의 빗방울에서 시작되듯이 이번 박 대통령의 순방이 원대한 결실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