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이 대출 상품은 우리은행이 출시할 예정입니다. 은행도 기업입니다. 헌데, 손해볼 게 빤한 상품을 왜 팔까요? 정부가 은행 팔을 비틀었다고만 보긴 어렵습니다.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계산이 깔렸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집값 오르면 은행 이익 커지는 ‘대출평잔’의 비밀
언론 보도에서 부각되지 않는 이 상품 만의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대출받고 7년 후 집값이 오르면 ‘대출금 비율’만큼 은행이 이익을 가져간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 수익 배분 구조는 정부가 이미 국민주택기금을 통해 지원하고 있는 수익 공유형 모기지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기존 상품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우리은행이 내놓는 대출 상품은 대출 기관에 더 많은 이익을 보장한다는 것입니다.
이 비밀의 비결은 은행의 투자 지분이자 대출금 비율을 의미하는 ‘대출평잔’(대출 평균 잔액)에 있습니다. 언뜻 봐선 어려운 말 같지만 사실 단순한 개념입니다.
우리은행 상품은 기존 주택기금을 활용한 공유형 모기지보다 대출평잔이 훨씬 높습니다. 집값이 많이 오르면 그만큼 은행에 더 큰 수익을 내놓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원인은 이익을 나누는 시기에 있습니다.
기존 주택기금 모기지는 대출이 만기되는 시점(20년)에 집주인의 이익을 정산합니다. 반면 우리은행 상품은 만기(20년 또는 30년)가 도래하기 훨씬 이전인 8년째에 이익을 나눕니다. 가령 1000만원을 빌렸다면 전체 대출금의 3분의 1 정도인 700만원쯤 갚았을 때 은행과 집값 차익을 정산한다는 뜻이죠. 이렇게 되면 통장에 매달 찍힌 대출 잔액의 평균도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은행과 정부는 주택기금 모기지의 대출평잔은 대출금의 60% 이하인 반면, 은행 상품은 80%를 훌쩍 웃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컨대 내 돈 1억5000만원에 20년 만기인 우리은행 대출 3억5000만원을 받아 5억원짜리 아파트를 샀다고 쳐볼까요. 이 집이 7년 뒤 6억원까지 올랐다면 시세 차익은 1억원입니다. 이걸 집주인이 혼자 다 갖는 것이 아니라, 원래 집값(5억원)에서 대출평잔(대출금의 85%·2억9750만원)이 차지하는 비중인 약 60%만큼을 은행에 지급해야 합니다. 이 경우 6000만원을 뺀 4000만원만 집주인의 수익이 되겠죠. 은행이 주택기금 모기지(집주인 수익 5800만원)보다 1800만원의 수익을 더 가져가는 셈입니다.
집값 떨어져도 정부가 손실 보전
집값이 떨어져도 은행으로선 큰 문제가 아닙니다. 공기업인 대한주택보증이 손실을 보전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은행이 연 2% 이자율에 자금을 조달해 연 1% 금리 조건으로 대출한다면, 금리 차액인 1%를 내주겠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떨어진 집값은 주택보증이 아닌 집주인 스스로 감당해야 합니다. 투자 책임은 전적으로 대출자가 지고, 정부와 은행은 뒷짐을 지는 셈이죠. 그렇기에 이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요자는 각별히 신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은행 상품은 왜 대출 실행 ‘7년’ 후에 수익을 정산하고 일반 주택 대출 상품으로 전환하는 것일까요. 이는 시중은행의 기존 주택담보대출 이용 기간이 평균 7년 정도였고, 은행이 회계 상의 손실을 감수하고 조달 금리 이하로 대출할 수 있는 최대 기한도 7년이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