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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나의 서예인생은 지금부터다. 지금까지 제2의 인생을 살았고 앞으로 제3의 인생에서는 호방한 글씨를 써 나가겠다.”
해서체의 대가로 알려진 원로 서예가 송천(松泉) 정하건(80) 선생이 팔순 기념 전시를 여는 소감을 밝혔다.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리는 ‘송천 정하건 산수전’은 송천 선생의 여섯 번째 전시로 지난 고희전에 이어 10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다. 4일 한국미술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송천 선생은 “지금까지는 한풀이를 하듯 제자를 가르치며 오직 서예를 위해 살아왔다”며 “여든 살 이후로는 그간의 일들을 총정리하며 새 출발을 해야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송천 선생은 삼성그룹 창업자인 이병철(1910∼1987) 회장과 메이저리거 박찬호(41) 선수의 서예스승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고미술 애호가이자 서예가로도 유명했던 이 회장을 1978년부터 1985년까지 7년간 가르쳤고, 박찬호도 2002년 메이저리거 시절 슬럼프를 겪고 고국에 머물면서 그로부터 서예를 배웠다.
이번 개인전에는 행서·해서·전서 등 송천의 원숙한 서예관이 깃든 작품 130여점이 전시된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우리 강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노산 이은상의 ‘조국강산’. 2700여자에 이르는 대작이다. 이외에도 ‘호현낙선’ ‘좌금우서’ ‘지고지순’ 등 최신작도 선보인다. 송천 선생은 “‘빠르게 가기보다 늦더라도 바르게 가겠다’는 생각으로 한 길만 달려 왔다”며 “이제는 한도 없고 바라는 것도 없다”고 했다. “그저 건강을 유지해 내가 꾸려놓은 서예씨앗들이 무성하게 꽃을 피우고 더 좋은 열매로 맺어지길 기다린다. 나 역시 더 우렁차고 호방하게 공부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