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춘동 기자]
금융권 영업채널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은행과 보험 모두 비대면 거래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지면서 과거와는 다른 차별화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가르는 또 다른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영업채널의 변화상과 함께 이에 따라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금융회사의 모습 그리고 앞으로 과제들을 살펴본다.
SC은행은 2011년 하반기 두 달여간 총파업을 겪었다. 전체 직원의 40% 이상이 참여한 은행권에서 유례가 없는 최장기 파업이었다. 이 시기에 43개 지점을 폐쇄하면서 영업점 기반의 신규 영업을 사실상 중단했지만, 업무 차질이나 혼란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 KB국민은행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지점내 스마트 터치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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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선 최근 ‘찾아가는 뱅킹’이 대세다. 산업은행의 다이렉트뱅킹이 인기몰이에 나서면서 IBK기업은행, 신한은행 등도 찾아가는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SC은행은 아예 보험설계사처럼 전문 영업조직을 둘 정도다. 반대로 삼성생명은 라운지를 꾸며 거꾸로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지점에 들어서면 카운터도, 은행원도 보이지 않는다. 쭉 늘어선 대형 터치스크린에서 필요한 업무를 보면 된다. 커피를 마시면서 인터넷 서핑도 즐길 수 있다. 그러다가 더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상담 전용공간에서 일대일로 상담을 받으면 된다.
세계적인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은 2011년 싱가포르에 ‘이노베이션 랩(Innovation Lap)’을 오픈했다. 말 그대로 영업의 혁신을 연구하는 연구실이다. 250명이 넘는 데이터 분석가들이 시시각각으로 쏟아지는 고객들의 금융거래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해 마케팅과 영업 포인트를 잡아낸다.
예전 은행 영업점은 매우 분주했다. 번호표를 뽑고 한참을 기다렸다가 선 채로 잠깐 돈을 맡기거나 찾으면 그걸로 끝이다. 그런데 ATM이 등장하고, 언제부턴가 창구 앞에 의자가 생겼다. 자연스럽게 어느 펀드와 보험상품이 좋다느니 은행 직원과 얘기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그러더니 은행 창구에 칸막이가 하나둘씩 생겼고, 이젠 아예 별도 룸도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젠 단순 입출금을 위해 은행 영업점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영업점을 통한 거래비중은 10% 이하로 뚝 떨어졌다. 그래서 일부에선 영업점 무용론이 나오기도 한다. 그동안 영업점 확대 경쟁을 벌여온 은행 입장에선 비상이 걸렸다. 임대료에서 인건비까지 한두 푼이 드는 게 아닌데 수익성은 계속 고꾸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은행들은 영업점의 변신에 나서고 있다. 입출금 등 단순 기능에서 벗어나 금융상품 판매와 재무상담 등 부가가치가 더 높은 업무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청년층 등 특정계층을 노린 특화점포나 직원이 5명 미만인 미니점포, 다른 점포 내 점포 등 영업점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고객을 기다리는 대신 보험설계사처럼 직접 고객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최근 뜨고 있는 스마트금융은 금융권의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다. 당장은 스마트금융 고객을 확보하려는 단순 경쟁이 치열하지만, 앞으론 개별 고객의 거래와 쇼핑, 이동정보 등 이른바 빅 데이터를 얼마나 잘 분석해 맞춤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