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크면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그래서 수학적 법칙을 파괴하고 있는 애플의 질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월스트리트의 최대 관심사중 하나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는 애플을 집중 조명하며 시가총액 1위를 한 뒤 주가가 고꾸라졌던 선배들의 저주를 피할 수 있을지를 짚어봤다.
최근 들어 애플은 `아이패드3` 발표 기대감에 이어 사상 첫 배당 기대감까지 가세하며 주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주 들어 주가는 526.92달러까지 찍으며 사상 최고기록을 또다시 썼다. 지난해 6월 저점을 찍은 후로 무려 67%나 급등한 것이다. 시가총액도 이제 5000억달러에 육박하며 2위인 엑슨모빌과의 격차를 확실히 벌려놓았다. 이처럼 주가나 시가총액 뿐만 아니라 실적에서도 애플의 위상은 엄청나다. 애플의 1분기(작년 10~12월) 순이익만해도 130억달러가 넘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편입기업들의 전체 이익의 6%를 넘었다. 매출액 역시 1년전에 비해 73%나 급증한 463억3000만달러나 됐다. 이익이 44%나 줄었던 휴렛-패커드나 18% 감소한 델 등에 비교하면 엄청난 실적이다.
재미있는 것은 애플은 너무 큰 회사인데도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을 무시한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17세기 스위스 수학자인 자코브 베르누이가 증명한 대수의 법칙에 따르면 표본(샘플)이 더 클수록 평균에 더 가까운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이익 성장세나 주가 상승세는 더뎌진다는 얘기다. 만약에 애플 주가가 다음 10년간에도 지금처럼 1년에 20%씩 상승한다면 현재 5000억달러에 근접한 시가총액은 2022년에 3조달러에 이를 것이다. 이는 작년 기준으로 프랑스나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그러나 이런 선전에도 불구하고 애플 주식은 상당히 저평가돼 있는 상태다. 보통 기업의 주식가치를 측정하는, 주가를 주당순이익을 나눈 주가수익비율(PER)로 보면 애플은 올해 추정이익 대비 11배도 안되게 거래되고 있다. 이는 시장 전체 평균인 13배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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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애플의 기업규모가 엄청난데다 앞선 선배들의 저주가 떠오르긴 하지만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애플의 기업 전망에 대해 압도적으로 낙관적이다. 월가에서 애플을 담당하는 57명의 애널리스트들 가운데 무려 52명이 `강력매수` 또는 `매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시라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매출액 1000억달러를 넘기고도 지금처럼 엄청난 성장률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애플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애플은 여전히 그 큰 시장에서 높지 않은 점유율만 차지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PC나 휴대폰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아직도 한 자릿수다.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특히 5.6%에 불과하다. 이어 그는 "수학적 법칙 때문에 애플이 앞으로 적어도 몇년간 빠른 성장을 못할 것이라고 말하긴 어려우며 현재 시가총액이 이미 정점에 왔다고 말할만한 타당한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같은 과도한 낙관론 자체가 우려해야할 대목이라는 지적도 있다. 역사적으로도 과도한 기대는 큰 추락을 낳았었다. 과거 시스코가 정점에 있을 때에도 담당 애널리스트들 가운데 100%가 시스코에 대해 `강력매수`나 `매수`를 외쳤었다.
현재 유일하게 애플에 대해 `매도` 의견을 유지하고 있는 ACI리서치의 에드워드 자비츠키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은 누구도 못했던 엄청난 에코시스템을 만들어냈다"고 인정하면서도 "컴퓨팅에서 클라우드로 전환되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이는 애플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기업이 MS인데, 그들은 이미 웹 어플리케이션에 베팅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모든 제품에서 애플과 경쟁할 것이며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크고 동기부여가 잘 된 기업"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