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던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의 발언에 대해 미국 증시는 달가와하지 않았다. "경기둔화는 일시적"이라는 그의 발언이 추가 금리 인하의 속도와 강도에 있어서 그동안의 기대감에 못미칠 수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새벽에 장을 끝낸 미국 증시는 모두 내림세로 마감했다.
14일 서울 증시는 미국 증시의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료가 거의 소진된 상황에서 유일한 변수로 남아있는 미국 증시가 세계 경제을 좌지우지하는 그린스펀의 발언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장 초반에 영향력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증시가 보여준 모습을 감안하면 미국 증시의 하락 여파로 폭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하로 인한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 지수 하락시 저점 매수세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르면 다음주 서울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중앙일보의 보도가 시장에 확산되고 그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간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중앙일보는 14일자 조간에서 일본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23일께 서울에 도착해 사흘 정도 머물며 김대중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증시는 최근 강보합세의 기간조정에 들어간 모습이다. 전날 거래소는 600선에 부딪혀 사흘만에 내렸고 코스닥은 개인 매수세로 사흘 연속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조정의 기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자금이 예상과는 달리 유입되지 않고 있고 모멘텀을 줄만한 재료가 소멸된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고채 랠리, 회사채 자금 유입, 콜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 등으로 인한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결국 당분간 박스권에서 등락을 보이는 장세가 연출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거래소의 경우 증권주 등을 중심으로 한 종목별 대응을, 코스닥은 테마별 빠른 순환매와 재료보유주의 단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나스닥/다우,하락..그린스펀 발언 실망감 = 앨런 그린스펀 연준의장의 증언에 대해 초반에는 환영하는 분위기를 보이던 뉴욕증시가 금리인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데다 경기 낙관론을 바탕으로 한 금리정책에 대한 우려로 일제히 내림세로 마감했다.
새벽에 장을 끝낸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앨런 그린스펀 연준의장의 상원 증언이 시작됐던 오전 10시(현지시간)를 지나 증언내용이 서면으로 알려지면서 지수가 급등, 전날 종가보다 65포인트 급등한 일중 최고치인 2554.65포인트까지 올랐다. 그러나 오후장들어 꾸준히 반락하다가 장막판 폭락세를 보이면서 지수는 전일보다 61.93포인트(2.49%) 하락한 2427.73포인트를 기록했다.
다우존스지수 역시 정오 무렵까지는 꾸준히 지수가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장 후반들면서 제약주들의 주도하에 지수가 반락, 어제보다 43.45포인트(0.40%) 하락한 10903.32포인트를 기록했다.
◇그린스펀,"경기둔화 일시적" = 앨런 그린스펀 연준의장은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서의 증언에서 "현재의 경기둔화는 다분히 제한적인 것"이라며 "이는 기업들의 공급과잉에 따른 일시적 조정국면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조정과정이 끝나는 하반기부터는 경제활동이 보다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번 의회증언에서 그린스펀 의장이 제로성장률을 강조하던 상황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것이다. 연준은 올 하반기 GDP 성장률이 2~2.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생산성증가 전망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양호한 편이라며 낙관론을 폈다.
예상보다 낙관적인 경기관이 발표되자 월가에서는 두 가지 해석이 도출됐다. 이를 액면 그대로 해석한 세력은 결국 예상보다 경기상황이 심각하지 않다는 것은 바로 하반기 경기호조를 의미하고 따라서 호재라는 것이었다. 증언을 전후해 지수들이 상승세를 탔던 논리다. 그러나 이는 결국 금리인하의 강도와 속도에 있어서 기대에 못미칠 수도 있다는 의미로 재해석되면서 결국 장후반 약세로 돌아서고 말았다.
◇반도체,하락/바이오,상승 = 나스닥시장에서는 컴퓨터 2.85%, 텔레콤지수가 3.05%의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골드만삭스 인터넷지수도 1.7% 하락했다. CS 퍼스트 보스턴이 투자등급을 하향조정한 인텔이 5% 급락했고 역시 투자등급이 하향조정된 브로드컴과 어플라이드 머티리얼도 큰 폭으로 하락,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날 보다 2% 하락했다.
거래소시장에서는 바이오테크, 컴퓨터, 금, 인터넷, 반도체, 소매유통주들이 강세를 보였지만 안전한 피난처인 헬스캐어, 화학, 유틸리티, 석유, 제약주들이 약세였다. 특히 파이저, 머크, 파머시아 등 제약주들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미국 식품의약청이 파이저가 개발중인 약품에 대해 경고성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주요 보도
▲김정일 북 위원장 내주 답방 가능성(중앙일보) = 중앙일보는 일본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르면 다음주 서울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북한 사정에 밝은 일본 한 정보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23일께 서울에 도착해 사흘정도 머물며 김대중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