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긴 올랐는데 더 갈 수 있을까…혼돈의 반도체株

삼성전자, 외국인 4일만의 순매수 속 1% 상승
삼성전자 오르며 코스피도 5거래일만의 반등
엔비디아 기대 커지지만…美 정치 리스크도 여전
"SK하이닉스 실적 기대…트럼프 주가반응 과도" 목소리도
  • 등록 2024-07-24 오전 5:00:00

    수정 2024-07-24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반등하며 코스피가 5거래일 만에 상승세로 마쳤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흐름을 주도하는 엔비디아가 뉴욕증시에서 상승세를 타며 국내 증시에도 온기가 돌았다. 시장에서는 25일 SK하이닉스(000660)의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점은 호재라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다만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국내 반도체의 상황은 여전히 암담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삼성전자, 4거래일 만에 외국인 ‘사자’

23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10.78포인트(0.39%) 오른 2774.29에 거래를 마쳤다. 상승세를 이끈 것은 ‘반도체’였다. 이날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005930)는 전 거래일보다 900원(1.08%) 오른 8만3900원에 마감했다. 특히 외국인이 1989억원 사들이며 지난 17일 이후 4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투심 회복은 엔비디아에서 출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미국 증시의 ‘순환매’가 나타나며 올해 상반기 급등한 인공지능(AI) 반도체주가 하락세로 전환하고 중소형주가 오름세를 타 왔다. 하지만 전날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AI 칩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에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76% 오른 123.54달러로 마감했다. 시가총액 3조 달러도 회복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중국 내 주요 협력사인 인스퍼와 ‘B20’로 알려진 칩을 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칩의 중국 내 유통도 인스퍼가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20은 엔비디아가 올해 초 공개한 차세대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을 중국 시장에 맞춰 개량한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 정부의 대(對) 중국 수출통제 지침을 준수한 AI칩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은 커졌다.

트럼프 리스크 여전하지만…반응 ‘과도’ 목소리도

시장에서는 이번 엔비디아의 반등이 글로벌 반도체주의 단기 급락을 멈춰준 호재라고 평가하면서도, 정치적 상황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고 언급한다. 미국은 앞으로 반도체 관련 수출 통제를 추가로 강화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SK하이닉스가 장 막판 상승세를 모두 반납하고 전 거래일과 같은 20만5000원에 마감한 점도 시장의 우려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미국은 최근 네덜란드와 일본 등 동맹국들에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허용하면 엄격한 무역 제한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통보했다. 또 다른 나라에서 생산됐더라도 미국 기술을 조금이라도 사용하면 외국산 제품이라도 수출 통제를 할 수 있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미국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공화당의 대선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만은 미국 반도체 사업의 100%를 가져갔다”며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미 트럼프 1기였던 2018년 7월 미국은 대중관세를 인상했고 이후 국내 반도체 수출 증가율(전년 대비)은 마이너스로 전환하기도 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2분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낸다면 반등세가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가 추정하는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21.58% 증가한 16억1886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흑자로 전환한 5조1923억원이다. 게다가 영업이익은 3개월 전만 해도 3조1915억원 수준으로 예상됐지만, 실적발표를 앞둔 현재 62.7% 증가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이 현재 상향되고 있는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를 웃도는 5조 6000억원 수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디램(DRAM)과 낸드(NAND) 모두 양호한 업황이 전개 중”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반응이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3분기가 반도체 업황의 하향 시기와 동일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당시는 경기 둔화가 시작되던 시기라 미중 분쟁에 따른 반도체 수요 감소로만 보긴 어렵다”며 “미국의 중국 제재는 한국 반도체의 반사 수혜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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