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국내 반도체의 상황은 여전히 암담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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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10.78포인트(0.39%) 오른 2774.29에 거래를 마쳤다. 상승세를 이끈 것은 ‘반도체’였다. 이날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005930)는 전 거래일보다 900원(1.08%) 오른 8만3900원에 마감했다. 특히 외국인이 1989억원 사들이며 지난 17일 이후 4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투심 회복은 엔비디아에서 출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미국 증시의 ‘순환매’가 나타나며 올해 상반기 급등한 인공지능(AI) 반도체주가 하락세로 전환하고 중소형주가 오름세를 타 왔다. 하지만 전날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AI 칩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에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76% 오른 123.54달러로 마감했다. 시가총액 3조 달러도 회복했다.
트럼프 리스크 여전하지만…반응 ‘과도’ 목소리도
시장에서는 이번 엔비디아의 반등이 글로벌 반도체주의 단기 급락을 멈춰준 호재라고 평가하면서도, 정치적 상황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고 언급한다. 미국은 앞으로 반도체 관련 수출 통제를 추가로 강화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SK하이닉스가 장 막판 상승세를 모두 반납하고 전 거래일과 같은 20만5000원에 마감한 점도 시장의 우려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미국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공화당의 대선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만은 미국 반도체 사업의 100%를 가져갔다”며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미 트럼프 1기였던 2018년 7월 미국은 대중관세를 인상했고 이후 국내 반도체 수출 증가율(전년 대비)은 마이너스로 전환하기도 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2분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낸다면 반등세가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가 추정하는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21.58% 증가한 16억1886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흑자로 전환한 5조1923억원이다. 게다가 영업이익은 3개월 전만 해도 3조1915억원 수준으로 예상됐지만, 실적발표를 앞둔 현재 62.7% 증가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이 현재 상향되고 있는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를 웃도는 5조 6000억원 수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디램(DRAM)과 낸드(NAND) 모두 양호한 업황이 전개 중”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반응이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3분기가 반도체 업황의 하향 시기와 동일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당시는 경기 둔화가 시작되던 시기라 미중 분쟁에 따른 반도체 수요 감소로만 보긴 어렵다”며 “미국의 중국 제재는 한국 반도체의 반사 수혜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