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대 선발 인원 증가로 이미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입시 재도전’ 현상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의학계열 진학을 희망했지만 성적이 모자라 상위권대 이공계·자연계로 진학한 학생들이 의대 증원을 또한번의 기회로 삼을 수 있어서다. 지난 4일 치러진 2025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도 졸업생 응시생 수가 15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이같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전체 응시생 47만 4133명 중 졸업생은 18.7%(8만 8698명)를 차지했다.
대학가에서는 이공계 인재 유출, 이공계 기피 심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이 의대로 진로를 트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서울 주요대학을 중심으로 이런 반응이 나온다. 대학은 재학생이 중도탈락(자퇴·미복학 등)할 경우 고등교육법에 따라 다음해 편입학을 통해 결원을 충원할 수 있다. 다만 이과 상위권 학생들이 의대로만 쏠릴 경우 기초·첨단과학 분야가 고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정묵 서울대 교수회장(농생명공학부 교수)은 “이공계 등에서 상당수 재학생들이 의대로 빠져나갈 경우 결원이 생기고 규모에 따라 수업 운영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연쇄적으로 이공계 학생을 필요로 하는 기업·연구소 등에서 인력수급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수 이탈’로 학생 수가 줄어들 경우 최소 수강 인원을 최우지 못해 다양한 강의 개설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수도권의 B대학 관계자도 “의대 증원과 전공 자율선택제(무전공제) 확대 여파로 상위권 대학부터 학생 이탈이 시작될 것”이라며 “서울권 대학은 편입 등을 통해 어떻게 해서든 인원을 채우겠지만 연쇄 영향으로 충원하지 못하는 대학이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