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면법인 인수해 대도시 부동산 취득…法 “중과세 부과 정당”

사업실적 없는 회사 인수 후 부동산 취득
해당 부동산에 새 건물…중과세율 부과
"휴면법인 아니다" 주장했으나 패소
法 "중과세 규제 회피할 의도 있어 보여"
  • 등록 2024-03-11 오전 7:00:00

    수정 2024-03-11 오전 7:00:00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사업실적이 없는 휴면법인을 인수해 대도시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 중과세율 부과는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이데잉리DB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A부동산신탁이 영등포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취득세 등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했다.

A사는 2016년 11월 컴퓨터 시스템 및 관련기기 개발·판매업체 B사의 발행주식 100%를 취득(1차 인수)한 후 상호를 변경하고 목적사업을 부동산 개발업 등으로 변경했다. 아울러 등기임원도 교체했다. 이후 2017년 7월 F사는 A사로부터 B사 발행주식 100%를 취득(2차 인수)했다.

A사는 2019년 2월 12일 B사와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수탁자 지위에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수행했다. B사는 같은 해 2월 13일 영등포구의 약 491억원 규모의 건물을 취득하고, 취득세 약 23억원을 납부했다.

2019년 4~11월 B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 세무당국은 휴면법인(인수일 이전 2년 이상 사업 실적 없고, 인수일 이후 1년 이내 인수법인 임원 100분의 50 이상 교체)을 인수한 지 5년 이내에 대도시(서울) 내 부동산을 취득한 것으로 보고 취득세 중과대상이므로 중과세율 8%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영등포구청은 2020년 3월 영등포구 건물에 대해 가산세 포함 취득세 약 33억원을 부과했다.

2020년 12월 A사는 원고 명의로 영등포구 건물에 새 건물을 지었다. 이후 세무당국은 지방세법상 ‘신탁법에 따른 수탁자가 취득한 신탁재산’에 대해서도 중과세율 적용한다는 이유로 2021년 6월 중과세율 적용해 취득세와 가산세 등 약 8억원을 부과했다.

A사는 2021년 9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으나 기각됐다. 결국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며 소를 제기했다.

A사는 “B사는 2차 법인 인수일인 2017년 7월 기준 이전 2년 동안 부동산 개발업을 위한 다양한 사업 활동을 했기에 사업 실적이 없었던 휴면법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설령 1차 법인 인수일인 2016년 11월 기준 휴면법인 여부를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그 이전 2년도 사업 활동을 해 휴면법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사의 이러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 “적어도 1차 법인 인수 당시 휴면법인에 해당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설령 원고 주장대로 2차 법인 인수 시점을 기준으로는 휴면법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1차 법인 인수 시점을 기준으로 5년 이내에 대도시의 부동산을 취득했다면 취득세 중과세율 적용 처분은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또 “1차 법인 인수 이전까지 B사가 컴퓨터 시스템 및 관련기기의 개발과 판매업 등 부동산 개발사업과 무관한 목적사업을 영위하던 회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A는 1차 법인 인수 이전에 미리 이 사건 회사의 명의만을 빌려 관련 부동산의 개발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사업 활동을 이 사건 회사의 사업 실적으로 인정하기에는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A사 측은 이 사건 회사를 인수하기 전 이미 관련 부동산을 매입해 개발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있었음에도, 한동안 사업 실적이 없었던 회사를 뒤늦게 인수하는 형식을 취했다”며 “또 그 전·후로 이 사건 회사가 사업 활동을 영위한 것처럼 외관을 형성, 법인 설립 후 대도시 내 부동산 취득에 따른 중과세 규제를 회피할 의도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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