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과 싸우는 예술경영은 늘 도전"[만났습니다]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 인터뷰]②
공무원 출신 예술경영 전문가
공직·문화예술기관 경험 살려
예술인·기관 균형 잡는데 최선
  • 등록 2024-02-08 오전 5:37:24

    수정 2024-02-08 오전 5:37:24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예술경영은 도전입니다.”

이창기(65)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의 말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에서 만난 이 대표는 “일반 제품이라면 원가 100원인 상품을 110원에 판매하는 것으로 결정하면 되지만, 예술경영은 불확실성이 높아 그런 결정을 할 수 없다”며 예술경영만의 차별점을 설명했다.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사진=서울문화재단)
이 대표의 말에선 예술경영 전문가로서의 확신이 느껴졌다. 그는 서울시 공무원으로 11년 동안 공직 생활을 했다. 1999년 세종문화회관이 법인화되면서 과감히 공무원을 그만두고 세종문화회관에 이력서를 넣었다. “예술가들이 많을 텐데 견뎌낼 수 있겠느냐”는 주위의 반대와 우려도 있었지만, 그의 결심을 꺾지는 못했다.

“어머니가 무용을 하셔서 제 DNA는 ‘예술’이었어요. 어릴 때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했었죠. 크면서 숫기가 점점 없어졌지만요(웃음). 공직에 있으면서도 공공 이벤트 등 창의적인 발상을 요구하는 일을 많이 맡았어요. 언젠가 기회만 있으면 문화와 관련된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기에 세종문화재단 법인화 소식에 과감히 사직서를 냈죠.”

세종문화회관 입사 뒤에도 ‘공무원 출신’이라는 편견을 이겨내야 했다. 사장이 바뀔 때마다 늘 ‘인사이동 1순위’였지만, 이를 만회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공연기획팀장, 홍보실장, 경영기획팀장, 그리고 경영본부장까지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11년 강동아트센터 초대 관장을 맡았고, 2015년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를 거쳐 지금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자리까지 오게 됐다.

서울문화재단에 온 뒤엔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이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에 앞장섰다. 재단의 지원 결과물이 서울시민의 실질적인 문화향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서울예술상’ ‘서울희곡상’ 등을 신설했다. 2회째를 맞는 ‘서울예술상’은 오는 28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다. 올해는 재단 지원을 받지 않은 작품들도 특별상으로 수상 부문을 확대해 상의 공신력을 높였다.

조직에 얽매이지 않는 문화예술인과 공적인 절차를 통해 이들을 지원하는 재단과 같은 문화예술 지원기관은 성향상 ‘물과 기름’ 같은 관계다. 이 대표 또한 이를 잘 알기에 재단 운영에 있어 ‘균형감’을 강조해왔다. 재단 대표 취임 후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효율적인 조직 관리는 예술인과 시민을 위한 혜택으로 연결된다는 생각에서다.

재단은 이 대표 취임 후 10여 년 만에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구성원 간 유기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조직을 정비한 결과 재단은 지난해 서울시 경영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성과급도 전년 대비 100% 올랐다. 이 대표는 “경영을 크게 조직 경영과 사업 경영으로 나눴을 때 어느 하나만 잘 하는 경우가 많다”며 “서울문화재단은 민간 기업과는 달리 공공 행정이 추구하는 경영 관리 시스템도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재단은 앞으로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봤다. 이 대표는 “국민 소득이 3만불 시대를 넘어 4만불, 5만불로 커질수록 일상에서 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에 맞춰 재단은 늘어나는 시민 요구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극배우) 박정자 선생의 말처럼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문화예술은 ‘아날로그’가 기본”이라며 “이러한 예술의 본질을 지원, 육성하며 시민 눈높이에 맞춰 안정적인 예술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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