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기(65)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의 말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에서 만난 이 대표는 “일반 제품이라면 원가 100원인 상품을 110원에 판매하는 것으로 결정하면 되지만, 예술경영은 불확실성이 높아 그런 결정을 할 수 없다”며 예술경영만의 차별점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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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무용을 하셔서 제 DNA는 ‘예술’이었어요. 어릴 때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했었죠. 크면서 숫기가 점점 없어졌지만요(웃음). 공직에 있으면서도 공공 이벤트 등 창의적인 발상을 요구하는 일을 많이 맡았어요. 언젠가 기회만 있으면 문화와 관련된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기에 세종문화재단 법인화 소식에 과감히 사직서를 냈죠.”
서울문화재단에 온 뒤엔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이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에 앞장섰다. 재단의 지원 결과물이 서울시민의 실질적인 문화향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서울예술상’ ‘서울희곡상’ 등을 신설했다. 2회째를 맞는 ‘서울예술상’은 오는 28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다. 올해는 재단 지원을 받지 않은 작품들도 특별상으로 수상 부문을 확대해 상의 공신력을 높였다.
재단은 이 대표 취임 후 10여 년 만에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구성원 간 유기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조직을 정비한 결과 재단은 지난해 서울시 경영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성과급도 전년 대비 100% 올랐다. 이 대표는 “경영을 크게 조직 경영과 사업 경영으로 나눴을 때 어느 하나만 잘 하는 경우가 많다”며 “서울문화재단은 민간 기업과는 달리 공공 행정이 추구하는 경영 관리 시스템도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재단은 앞으로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봤다. 이 대표는 “국민 소득이 3만불 시대를 넘어 4만불, 5만불로 커질수록 일상에서 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에 맞춰 재단은 늘어나는 시민 요구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극배우) 박정자 선생의 말처럼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문화예술은 ‘아날로그’가 기본”이라며 “이러한 예술의 본질을 지원, 육성하며 시민 눈높이에 맞춰 안정적인 예술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