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하 시기를 두고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고 중동, 대만, 북한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위험회피 심리가 커지며 원화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해소되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원화 약세는 한동안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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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원화는 이달 들어 17일까지 달러화 대비 4.2% 가량 급락했다. 16개 주요국 통화와 비교하면 일본 엔화(-4.6%) 다음으로 낙폭이 가장 컸다. 미국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이 사그라들면서 달러인덱스가 올해 들어 2% 정도 하락한 것보다도 원화 가치가 훨씬 더 크게 떨어진 것이다.
원화 다음으로 많이 떨어진 통화는 호주 달러화(-3.8%), 남아프리카공화국 란드화(3.7%), 뉴질랜드 달러화(3.1%), 튀르키예 리라화(-2.5%), 캐나다 달러(-2.0%) 순이었다. 원화와 동조성이 높은 중국 위안화는 1.3% 하락에 그쳤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가세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며 위험자산인 원화는 약세가 불가피해졌다. 예멘 관련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고, 대만 총통 선거 관련한 미국과 중국의 갈등 우려도 있다. 여기에 국내에선 북한의 포격 등 도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원화에 부담이다.
아울러 국내에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불안,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 약화 등 추가 악재들이 더해진 상황이다. 국내 금융과 산업 불안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을 키우며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단기간 리스크 해소 무리…환율 상단 1350~1360원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원화 약세를 키우는 요인들이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당분간 환율이 추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박 연구원은 “최근 환율이 빠르게 상승했고, 지난해 1345원 내외에서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상승 속도는 둔화될 것”이라고 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1분기 중 환율은 1300원 내외에서 등락을 보일 것”이라며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인 만큼 3월 금리인하 전망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낮아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1350원을 넘어설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동시에 단기적으로 환율이 추세적인 하락세로 전환하기도 힘든 국면”이라며 “당분간 1300~1350원대 등락 장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