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범죄들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단순한 금융기관 대출 관련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넘어 이제는 피해자 휴대전화로 수백통의 스미싱 문자를 발송하는 수법까지 고안해내고 있다. 나날이 고도화하는 사기 범죄에 전문가들은 유기적 대응이 가능한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서민 등치는 사기범죄 매년 30만건
17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누적 사기 발생건수는 17만5158건으로 2022년 2분기(16만3190건) 대비 7.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전체 사기범죄 발생건수는 33만건 수준으로 올해는 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발생 빈도로 보면 2022년 10만명당 640.3건의 사기 범죄가 발생해 2021년 대비 11.0% 증가했고, 지난 10년 동안 20.1% 늘었다. 10년간 연도별 사기범죄의 추이를 보면 2017년까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다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증가했고, 2021년 감소 후 2022년에는 다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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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수법도 기술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적 방식에 따라 피싱, 파밍, 스미싱, 메모리 해킹, 몸캠피싱, 메신저 이용사기 등으로 구분되고 기망수법에 따라 기관사칭형(범죄연루형), 대출사기형, 지인사칭형, 납치빙자형 등으로 나뉜다.
특히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06년 106억원 수준에서 2021년 7744억원까지 늘었다. 2022년에는 5438억원을 기록해 2006~2022년 총 누적 피해금액은 약 4조412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의 경우 3분기까지 피해액이 3163억원 수준이다.
사기 치고 해외로 도주…“전담 부처 있어야”
사기범죄 수법은 각종 기술을 활용해 고도화하고 있는 반면 실질적으로 이들을 잡아내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사기범들이 해외로 도피하는 경우도 많다. 일례로 지난해 50억원에 달하는 전세사기를 벌이다 미국으로 도주한 임대인이 현지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피해자들이 분통을 터뜨린 바 있다.
경찰청이 작년 1∼11월 검거한 해외 도주 국외도피사범 총 438명의 범죄 유형을 살펴봐도 보이스피싱·투자사기 등 사기 범죄가 55.9%(245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서 교수는 “사기범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해외로 도피하는 사례도 많다”며 “하지만 부처 간 분절화와 파편화로 수사를 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해 범인 검거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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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목숨까지 앗아간 전세사기의 경우 전담 조직보다 규제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역대 정부의 세입자 보호 대책 없는 전세대출 확대 정책으로 인해 전세사기가 벌어졌다”며 “무엇보다 현재 구조에서 보증기관과 은행 모두 임대인의 상환능력을 심사하지 않는 문제가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주택담보대출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3~2016년 514조원에서 716조원으로 급증했고, 문재인 정부 때인 2017~2021년에도 770조원에서 985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결국 2021년 8월 금리 인상이 시작된 후 주택 매매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전세가율이 높아져 2021년 말 깡통전세 문제가 본격화됐다.
최 소장은 “정부가 만든 전세대출 프로그램의 대출과 보증 과정에서 은행과 보증기관이 관여하지만 리스크를 관리한 주체는 없었다”며 “이런 가운데 발생한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피해를 임대인이 아닌 임차인이 오롯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자본이 거의 없는 임대법인 등에 대한 금융기관의 대출심사를 강화해야 하고, 은행에서 주택을 담보로 대출할 경우 임차인 현황을 확인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세입자와 임대인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법적 구제 절차를 마련하기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민간임대주택법’을 전면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 소장은 “해외 사례와 같이 보증금 규모를 제한(OECD 국가 기준, 임대인은 3~6개월치 임대료에 해당하는 보증금 받을 수 있음)하는 것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세입자의 주거권을 보호하지 못하는 현행 법률과 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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