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두바이에서 개최된 COP28(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우리 기업인 46명과 함께 참석했다. COP은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체결한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논의하고자 매년 개회하는 당사국들 간 회의다. 일반적으로 기후변화 회의라고 하면 여러 환경 단체들의 퍼포먼스와 시위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각국 정부들의 협상장인 블루존과 달리 그린존에선 CES를 연상케 하는 기업들의 탄소중립 대응 기술을 전시가 즐비했다. 에너지트랜지션관·스타트업빌리지·기술과혁신관 등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을 소개하는 전시장이 마련됐고 전시장 내부엔 발 디딜 틈 없이 기업인들과 관련 기술을 보기 위한 일반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블루존에서 진행된 정부 간 협상 진행 상황과는 별개로 이미 기업들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고 더 나아가 문제를 해결하는 곳에 신성장 동력이 있다고 말하는 듯했다.
돌이켜 보면 기후위기 해결에 필요하다는 철강의 수소환원제철, 석유화학의 바이오납사, 운송 수단의 전기화 등 미래기술들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회의감이 먼저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수백조의 예산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이웃 나라들의 정책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번 COP28 현장의 기후 위기를 새로운 사업의 기회로 보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해외 기업들의 모습을 보면서 고군분투하는 우리 기업들이 떠오른 것은 나만의 아쉬움일까?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하겠다고 계획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