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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건수 강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한국이민학회장]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의 위기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대한민국 합계 출산율 0.78명,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수 118개(51.8%)라는 수치는 2022년 시작된 실질적 인구감소의 속도와 결과가 어떨 것인지를 보여준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금과 같은 인구감소가 지속된다면 한국의 경제 규모는 2050년 이후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에 의해 추월당하고 세계 15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예측은 2075년으로 넘어가면 더 비관적이어서 한국은 필리핀,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와 같은 나라보다 경제 규모가 작아질 것이라 한다.
그러나 이민자의 수용은 과연 한국의 위기를 해결해주는 만병통치 정책일까? 부족한 노동력을 충원하고 결혼하지 못한 한국인의 배우자 수요를 채우기 위해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가 입국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30년이 지났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 사회는 이주민과 어떻게 함께 살아왔는가?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산재를 당해도 보상받지 못한 채 강제 출국당했고, 고용주와 공장장이 야간에 여성 노동자의 기숙사에 들어와 성추행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시어머니는 외국인인 며느리의 여권을 빼앗고 외출을 감시했으며 가정폭력에 의해 사망한 예도 있었다. 한국 사회는 그동안 얼마나 변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