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6% 최종금리 베팅까지…연초 랠리 확 식었다

6% 최종금리 가능성 반영하는 시장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폭 41년래 최대
내주 CPI 공포…단기 방향성 갈릴듯
이 와중에…멕시코 예상 깬 '빅스텝'
  • 등록 2023-02-10 오전 6:59:10

    수정 2023-02-10 오전 6:59:10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또 하락했다. 장 초반만 해도 반등하나 했으나,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 긴축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고 하락 반전했다. 미국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폭은 41년여 만에 최대 폭 벌어졌다. 연초부터 이어진 랠리가 빠르게 식어가는 분위기다.

(사진=AFP 제공)


장 초반 상승세 탄 3대 지수

9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73% 하락한 3만3699.88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88% 내린 4081.50을 기록하면서 4100선이 무너졌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02% 내린 1만1789.58을 나타냈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1.40% 하락했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만 해도 상승 압력을 받았다. 개장 전 나온 독일의 물가 지표가 예상을 밑돌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올해 1월 독일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8.7%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9.4%)를 하회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1.0%로 나타났다. 이 역시 시장 전망치(1.2%)에 못 미쳤다. 독일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크다.

미국 고용 지표가 큰 변동을 보이지 않으면서, 독일의 물가 둔화는 장 초반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컸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만6000건으로 나타났다. 전주보다 1만3000건 증가했고, 월가 전망치(19만건)마저 상회했다. 다만 20만건을 밑도는 수치는 역사적으로 볼 때 여전히 최저 수준이다. 시장이 이번 수치만 보고 노동시장 흐름의 변화를 감지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무엇보다 전날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디즈니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증시 전반을 이끌었다. ‘디즈니 제국’을 일군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장 마감 직후 7000명 인력 감축을 포함한 55억달러(약 6조9000억원) 규모의 구조조정 작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6% 최종금리 가능성 반영”

그러나 오전장 내내 줄곧 반등하던 3대 지수는 오후장 들어 급격히 꺾였다. 시장에 만연해 있는 연준 긴축 공포감 탓이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연준이 오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 기준금리를 5.75~6.00%까지 올릴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4.50~4.75%에서 125bp(1bp=0.01%포인트) 더 인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투자회사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한 달 전만 해도 연준이 3월에 금리 인상을 끝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연준이 6%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일부 인사는 8%를 거론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출신의 도미니크 드워-프레코트 매크로하이브 수석시장전략가는 이날 테일러 준칙을 통한 자체 분석을 통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완전하게 통제하려면 금리를 8%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뉴욕채권시장은 오후 들어 갑자기 약세(금리 상승)를 보였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514%까지 뛰었다. 전거래일과 비교해 5bp가량 올랐다. 장 초반 4.409%까지 떨어졌다가, 확 뛴 것이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690%까지 올랐다.

긴축 공포에 2년물 금리가 더 치솟으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 폭은 86bp까지 벌어졌다. 지난 1981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2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높은 이례적인 현상이 지난해 7월 이후 7개월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그 정도가 더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금리 역전은 통상 경기 침체의 전조로 여겨진다. 블룸버그는 “연준 금리 인상을 감내할 수 있는 경제 능력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월가는 특히 다음주 나오는 1월 CPI 보고서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하다. 1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6.2% 상승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다. 직전 월인 지난해 12월(6.7%)보다 낮다. 그러나 전월 대비로는 0.5% 급등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12월 0.1% 하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인플레이션 우려를 급격하게 키울 수 있는 수준이다. 이번 CPI 결과에 따라 시장의 단기 방향성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

바킨 토마스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이날 한 팟캐스트에서 “인플레이션 하락세를 확신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물가 지표 하락세를 두고 “중고차 같은 일부 상품의 가격 하락으로 평균이 왜곡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노동시장은 건강하다”며 “불행하게도 우크라이나 전쟁 충격이 더해져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멕시코의 예상 깬 ‘빅스텝’

이 와중에 멕시코가 속도조절 예상을 깨고 50bp 금리를 인상했다는 소식까지 시장에 전해졌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금리를 11.00%로 50bp 올리기로 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베이비스텝으로 인상 폭을 낮춘 것과는 다른 행보다. 월가의 한 고위인사는 “이번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 국면이 단지 몇 달이 아니라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며 “기대치를 다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날 8% 가까이 주가가 폭락한 구글은 이날 역시 4.39% 내렸다.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맞서 자체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AI) ‘바드’(bard)를 부랴부랴 내놨다가, 예상치 못한 오답에 주가가 폭락했다. AI 경쟁이 격화하면서 MS 주가도 1% 이상 떨어졌다.

기업 실적은 또다른 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금까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한 S&P 지수 내 기업 가운데 70%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순이익을 발표했다. 다만 이는 지난 3년 평균인 79%를 밑돈다. 기업 실적이 증시 하락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상승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72% 올랐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96%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차익 실현 매물로 인해 4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0.52% 떨어진 배럴당 78.06달러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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