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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초반 상승세 탄 3대 지수
9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73% 하락한 3만3699.88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88% 내린 4081.50을 기록하면서 4100선이 무너졌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02% 내린 1만1789.58을 나타냈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1.40% 하락했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만 해도 상승 압력을 받았다. 개장 전 나온 독일의 물가 지표가 예상을 밑돌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올해 1월 독일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8.7%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9.4%)를 하회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1.0%로 나타났다. 이 역시 시장 전망치(1.2%)에 못 미쳤다. 독일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크다.
미국 고용 지표가 큰 변동을 보이지 않으면서, 독일의 물가 둔화는 장 초반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컸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만6000건으로 나타났다. 전주보다 1만3000건 증가했고, 월가 전망치(19만건)마저 상회했다. 다만 20만건을 밑도는 수치는 역사적으로 볼 때 여전히 최저 수준이다. 시장이 이번 수치만 보고 노동시장 흐름의 변화를 감지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무엇보다 전날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디즈니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증시 전반을 이끌었다. ‘디즈니 제국’을 일군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장 마감 직후 7000명 인력 감축을 포함한 55억달러(약 6조9000억원) 규모의 구조조정 작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전장 내내 줄곧 반등하던 3대 지수는 오후장 들어 급격히 꺾였다. 시장에 만연해 있는 연준 긴축 공포감 탓이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연준이 오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 기준금리를 5.75~6.00%까지 올릴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4.50~4.75%에서 125bp(1bp=0.01%포인트) 더 인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투자회사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한 달 전만 해도 연준이 3월에 금리 인상을 끝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연준이 6%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일부 인사는 8%를 거론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출신의 도미니크 드워-프레코트 매크로하이브 수석시장전략가는 이날 테일러 준칙을 통한 자체 분석을 통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완전하게 통제하려면 금리를 8%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뉴욕채권시장은 오후 들어 갑자기 약세(금리 상승)를 보였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514%까지 뛰었다. 전거래일과 비교해 5bp가량 올랐다. 장 초반 4.409%까지 떨어졌다가, 확 뛴 것이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690%까지 올랐다.
긴축 공포에 2년물 금리가 더 치솟으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 폭은 86bp까지 벌어졌다. 지난 1981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2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높은 이례적인 현상이 지난해 7월 이후 7개월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그 정도가 더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금리 역전은 통상 경기 침체의 전조로 여겨진다. 블룸버그는 “연준 금리 인상을 감내할 수 있는 경제 능력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월가는 특히 다음주 나오는 1월 CPI 보고서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하다. 1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6.2% 상승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다. 직전 월인 지난해 12월(6.7%)보다 낮다. 그러나 전월 대비로는 0.5% 급등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12월 0.1% 하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인플레이션 우려를 급격하게 키울 수 있는 수준이다. 이번 CPI 결과에 따라 시장의 단기 방향성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
바킨 토마스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이날 한 팟캐스트에서 “인플레이션 하락세를 확신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물가 지표 하락세를 두고 “중고차 같은 일부 상품의 가격 하락으로 평균이 왜곡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노동시장은 건강하다”며 “불행하게도 우크라이나 전쟁 충격이 더해져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이 와중에 멕시코가 속도조절 예상을 깨고 50bp 금리를 인상했다는 소식까지 시장에 전해졌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금리를 11.00%로 50bp 올리기로 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베이비스텝으로 인상 폭을 낮춘 것과는 다른 행보다. 월가의 한 고위인사는 “이번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 국면이 단지 몇 달이 아니라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며 “기대치를 다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날 8% 가까이 주가가 폭락한 구글은 이날 역시 4.39% 내렸다.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맞서 자체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AI) ‘바드’(bard)를 부랴부랴 내놨다가, 예상치 못한 오답에 주가가 폭락했다. AI 경쟁이 격화하면서 MS 주가도 1% 이상 떨어졌다.
기업 실적은 또다른 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금까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한 S&P 지수 내 기업 가운데 70%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순이익을 발표했다. 다만 이는 지난 3년 평균인 79%를 밑돈다. 기업 실적이 증시 하락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상승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72% 올랐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96%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차익 실현 매물로 인해 4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0.52% 떨어진 배럴당 78.06달러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