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가 크지 않은 이유는 하락 원인에 대한 진단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지금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건 가격이 높아서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부담 증가가 하락의 계기가 되긴 했지만 가격 부담이 근저에 깔려있어서 금리가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효과를 보지 못하는 대신 앞으로 정부는 만만치 않은 비용을 치러야 하게 됐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발을 들여 놓은 이상 시장의 요구를 피할 수 없다. 가격 하락이 멈추거나 상승으로 돌아설 때까지 끊임없이 부양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쓸 수 있는 정책이 많지 않은 반면, 시장의 요구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를 동원해 가격 하락을 막는다는 발상도 문제다. 그 동안 다주택자는 주택 시장이 움직일 때 제일 먼저 반응해왔다. 1주택자는 거주하면서 치러야 하는 비용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움직임이 늦은 반면, 다주택자는 집을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하므로 반응이 빠르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을 때 이들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유혹을 갖게 된다. 이번에도 정부가 다주택자의 가수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건데, 1년전에 높은 집값으로 고통을 겪었던 나라에서 맞는 정책인지 의문이 든다.
정책은 내용만큼 내놓을 때 상황이 중요하다. 만약 2021년에 규제 완화 방안이 나왔다면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 집값이 오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규제를 풀어도 시장의 반응을 끌어낼 수 없다. 가격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세금 좀 줄여주고, 돈을 빌릴 수 있게 해주더라도 집을 살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위기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건이 만나야 한다. 하나는 위기 상황이고, 두 번째는 정부의 오판이며, 세 번째는 정부의 무능이다. 현 시점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는 원하는 효과는 얻지 못하는 대신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정부의 오판이 될 수 있다. 이를 무시하고 정책을 내놓았다면 이는 둘 중 하나다. 대한민국 정부가 모든 걸 다할 수 있다고 믿을 정도로 오만하든지, 아니면 판단력에 문제가 있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