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자 김경집(63)이 포착한 1960년대다. 그는 최근 펴낸 책 ‘진격의 10년, 1960년대’(동아시아)에서 1960년대 세계의 역사를 마치 모자이크처럼 엮어 보여준다. 책은 1960년대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던 현대사적으로 중요한 변화의 움직임을 포착하며 당시의 시대정신을 조망한다.
이 책을 처음 접한 뒤 거부감이 든 게 사실이다. 600쪽 분량이 넘는 ‘벽돌책’인 데다,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아저씨(?)가 오마주한 1960년대 시절 이야기라니…. 그런데 저자는 왜 지금 1960년대를 불러냈을까. 중·고등 교육에서 제대로 배워본 적 없었던 현대 세계사에 대한 궁금증도 살짝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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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4·19혁명을 시작으로 이 시대를 가로지른 17개의 주제를 꺼내든다. 대중음악의 혁명 비틀스,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 혁명가의 아이콘 체 게바라, 미국 흑인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 여성운동 대모 베티 프리던,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침묵의 봄’을 쓴 레이첼 카슨 등이 이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동유럽 자유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 쿠바 혁명, 아프리카 알제리 혁명이 그 시절에 있었다. 프랑스 ‘68혁명’도, 전설적인 음악축제 우드스톡 페스티벌도 그 때였다. 남미에서는 해방신학이 나왔고, 일본에서는 적군파가 나왔다. 중국에선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이 있었다. 베트남 전쟁과 반전시위, 반문화운동과 히피즘, 킨제이보고서와 섹스 혁명도 그 시절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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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집은 “사회적 태도, 군사 및 남녀평등, 심지어 종교까지 현대 세계를 떠받친 가장 강력한 힘이 바로 이때 형성됐다”면서도 “우리는 그런 열정과 가치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시대를 건너왔다. 먹고 사는데 바빴다. 지금이라도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소년 김주열의 죽음으로 시작된 4·19혁명과 5·16군사쿠데타 등 굵직한 사건들을 통과해 평화시장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내놓은 전태일 열사에까지 닿는다. 주요 사건들의 크고 작은 인과 고리를 촘촘하게 엮어내면서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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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가 1960년대를 돌아보는 이유는 그 ‘낭만적이었던 시대’를 추억하고 기념하고 박제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 헤아릴 수 없이 폭발적이었던 에너지가 여전히 시대를 추동하는 힘으로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흐름을 읽고 더 나은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몫”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책을 잘못 읽으면 요즘 청년들은 왜 이렇게 맥아리가 없냐고 해석할 수 있다”면서 “이 책을 통해 시니어 세대에게 묻고 싶은 것이다. 우리의 윗세대가 맞서 싸워 쟁취한 것들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반성과 각성의 요구다. 나는 무엇을 놓치고 어떤 혜택을 누리며 살았는지, 세대 간 화해하고 소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부당한 차별에 대해 분노하고 저항하는 것, 그 현실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 그리고 그 부끄러운 사슬을 끊어내는 것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의 의무이고 용기이다. 1960년대의 가치와 행동이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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