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부한 진단 경험과 체계적인 협진
희귀질환은 우리에게 낯선 단어 같지만 사실 멀리 있지 않다. 주변에서 한 번쯤 들어 본 △루푸스 △베체트병 △경피증 △쿠싱병 △말단비대증 △다발성 경화증 또한 희귀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
홍승재 경희대학교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희귀질환클리닉 교수는 “대표적으로 가임기를 포함해 젊은 여성에게 주로 발병하는 루푸스를 살펴보면 환자마다 겪는 증상이 각기 다르고 전신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천의 얼굴을 가진 질환으로 불리기도 한다”며 “이런 특성으로 인해 질환 여부를 환자 본인이 판단하기 어려워 방치하기도 한다. 이는 생명위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전문 의료진의 정확한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루푸스와 유사하게 남성보다 여성의 발병률이 높고 50세 미만 성인들에게 쉽게 관찰되는 질환인 경피증도 희귀질환이자 자가면역질환이다. 피부조직이 위축되고 나무껍질처럼 단단해지는 특성이 있다. 환자의 95% 이상에서 관찰되는 대표적인 증상은 손가락·손의 일부가 창백해지는 레이노 현상이다. 하지만 이 현상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
홍승재 교수는 “피부와 관절, 내부 장기의 결합조직이 두꺼워지는 경피증 또한 류마티스 관절염과 유사하게 조조강직이 먼저 발생하거나 가슴통증, 마른기침, 혈뇨,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 침범하는 형태와 범위에 따라 증상이 매우 다양하다”며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자명한 사실은 진단이 늦어질수록 뇌신경계, 신장, 혈관 등 전신에 영향을 미쳐 장애를 초래하거나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즉 조기진단은 모든 희귀질환에 해당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희귀질환의 종류는 많으나 유병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환자의 입장에서 의료진의 진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홍 교수는 “전신에 걸쳐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임상적 양상이 복잡하다 보니 내원 경로가 매우 다양해 진단과 확진에 오랜 시간 소요된다”며 “의료진의 풍부한 진단 경험과 체계적인 협진 프로세스는 환자 입장에서 희귀질환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첫 단추”라고 거듭 강조했다.
경희대학교병원 희귀질환클리닉은 총 5개의 진료과(△관절류마티스내과 △소아청소년과 △내분비내과 △신경과 △진단검사의학과) 의료진으로 구성돼 있다. 협의 진료를 토대로 분야별 전문적인 지식과 풍부한 임상경험을 적용해 희귀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환자의 증상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홍 교수는 “유전자 변이의 영향으로 희귀질환이 발생한 환자라면 혈연관계의 가족을 대상으로 가족 유전 검사를 시행해 결과에 따라 관련된 유전적 요인과 재발률, 예방, 관리에 대한 유전 상담까지 제공한다”며 “이외에도 정확한 진단을 넘어 진행과정을 반복·추적관리하고 일상생활에 대한 상담과 사회적 지원 연계까지 폭넓게 지원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학교병원 희귀질환클리닉은 치료법이 없는 희귀질환에 대해 원인과 병리기전에 근거한 다양한 치료제 탐색과 적용을 위해 힘쓰는 등 함께 원인을 찾고 회복을 돕는 동반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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