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중섭·김환기·박수근 작가의 작품을 NFT로 발행해 경매를 추진하려다 저작권 침해 논란으로 잠정 중단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왜 이런 논란이 발생했는지, 또 앞으로 어떤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지 전재림 한국저작권위원회 법제연구팀 선임연구원의 얘기를 들어봤다.
△미술 작품의 경우 소유권과 저작권이 다른데, 이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면서 생긴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미술관에서 작품을 산다고 했을 때 작품에 대한 소유권을 사는 거지 저작권을 사는 건 아니다. 작품을 복제, 전송하는 권리는 저작권법상 저작자의 권리다. 소유권자가 작품을 디지털화해 판매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번 사례도 워너비인터내셔널에서 작품 소유권자의 동의만 얻었을 뿐 저작권자인 박수근 유족과 환기미술관저작권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것이다. 해당 작품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면 저작권자의 동의도 구해야 한다. 현행법상 작품의 저작권 보호 기간은 저작자 생존 동안과 사망 후 70년간이다.
Q2.NFT작품이란 정확히 어떤 건가?
△NFT는 디지털 자산의 일종으로 디지털 파일의 소유권, 작가명, 거래내역 등의 기록을 블록체인상에 저장해 위조 및 변조가 불가능하게 한 것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코인은 다른 코인과 1:1교환 등 대체가 가능하지만, NFT는 고유한 식별값이 입력돼 교환도 불가능하다.
작품 위작 논란이 많은 미술계에서 NFT가 많이 활용되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디지털 음원이나 그림의 경우 복제가 쉽다보니 저작권 등 지적재산권을 보호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NFT는 이들 작품의 원본을 인정해주는 증명서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NFT 구매가 이뤄지면 해당 NFT에 거래 내역이 기재되고 구매자는 이를 소유하게 된다. NFT에 기록된 모든 거래 내역은 ‘이더스캔(Etherscan)’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검색 가능하다.
Q3.NFT작품에 실제 작품도 포함이 된 건가?
△그렇지는 않다. NFT는 정확히 말하면 작품에 대한 메타데이터만 저장돼 있다. 메타데이터는 작품명, 작가명, 계약 조건, 작품 세부 내역, 이미지(저작물) 저장 위치(URL) 등이다. 일각에서 NFT를 ‘작품 거래에 따른 영수증’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유다. 즉 NFT는 작품의 위치, 설명 등만 기재돼 있어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작품이 직접 전송되는 것이 아니다.
구매자는 NFT작품을 구매할 경우 메타데이터에 기재된 링크를 통해 작품에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NFT거래를 작품 거래라고 볼지, NFT작품을 어떤 형태의 재산으로 볼지를 두고도 논란이 있다.
Q4. 구체적으로 NFT작품이 만들어지고, 시장에서 유통되는지 과정이 궁금하다.
작품을 NFT화 해 장터에서 판매하기 위해서는 작품(저작물), 코인, 코인 지갑이 필요하다. 판매자는 작품을 장터에서 디지털화해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거쳐 NFT화 시킨다. NFT화를 할 때 판매자는 작품 정보와 함께 세부적인 설정을 할 수 있다. 작품 이름·작품 설명·이미지 링크(판매할 작품의 원본 작품이 있다면 그 곳의 링크)·작품이 판매될 때마다 받을 수 있는 로열티 비율 등을 입력할 수 있다.
장터별로는 저작자 이름·창작일을 기재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저작권도 함께 양도할 것이지 선택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Q5.원작 저작권자가 아니면 NFT거래를 할 수 없다는 건가?
△작품을 NFT화 하는데 특별한 제한은 없다. 또 앞서 말했듯 NFT는 작품이 포함된 것이 아닌 작품의 메타데이터만 기재돼 있다. 따라서 거래 자체에서 저작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즉 저작권자가 아닌 사람들이 타인의 저작물을 거래할 수 있다.
다만 NFT작품이 주로 거래되는 장터에서는 작품을 거래하기 위해 해당 작품 이미지 등을 업로드하도록 한다. 이때 저작권자가 아닌 타인이 저작물의 이미지를 업로드 할 경우 전송권 또는 복제권 침해가 될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NFT 거래는 디지털 저작물의 저작권자가 거래 조건을 정해 NFT화 시키고 이를 시장에 판매하는 것이다.
Q6. 작품에 저작권자가 없는 경우는 어떡하나?
△실제 저작권 보호 기간이 끝난 저작물을 NFT화 시켜서 판매하는 사례도 최근 늘어나고 있다. 이런 작품은 공동문화유산에 해당해 저작권 침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윤리적으로 적절하지 못한 행위에 해당할 수는 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공동문화유산의 무단 복제 및 배포에 제한을 둘 수도 있다. 칠레의 경우 공동문화유산을 허위로 복제, 배포하거나 독점적으로 권리를 주장할 경우 지식재산권침해로 보고, 벌금형에 처하기도 한다.
Q7.구매자가 NFT작품을 판매하는 사람이 저작권자인지 소유권자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일부 마켓 플레이스에서는 NFT작품을 판매하기 전에 검증 작업을 거치는 곳도 있다. 하지만 검증 절차가 없는 곳의 경우, 구매자가 잘못 거래를 했다가는 추후에 저작권 침해 논란에 같이 휘말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Q8.구매한 NFT작품이 사라질 수도 있나?
△아직 해당 사례가 발생한 건 아니지만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지점이긴 하다. 앞서 언급했듯 NFT 거래는 저작물의 물리적 이전이 이뤄지지 않고, 저작물의 저장위치인 링크가 제공되는 형식이다. 링크는 불안정한 만큼 구매 후 저작물이 사라질 수도 있고, 링크가 사라진 NFT를 구매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IPFS(InterPlanetary File System)을 이용해 파일을 저장하기도 한다. 이는 작품의 데이터를 조각조각 형태로 변환해 여러 컴퓨터에 분산 저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명확한 제도적 보호 장치가 없는 만큼 법적 불안성은 존재한다.
Q9.NFT작품을 둘러싼 다른 저작권 쟁점으로는 어떤 게 있나?
△NFT작품 거래에 대한 권리소진의 문제도 있다. 권리소진은 정상적으로 판매한 기술, 상품에 대해서는 권리자가 다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도록 한 원칙이다. 다만 디지털 복제물을 판매한 경우에는 권리 소진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NFT작품도 거래할 경우 권리소진이 될지 안될지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또 NFT거래가 활성화될 경우 수익의 배분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NFT작품을 재판매할 때마다 재판매금의 일정 부분을 원판매자에게 지급하도록 설정하도록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
Q10.NFT작품은 실물 자산도 아니고,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갖는 것도 아니다. 같은 형태로 무제한으로 복제도 가능한 디지털 작품을 수천~수억원을 들여서 구매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다. NFT작품의 핵심은 고유성이다. 작품을 무제한 복제할 수는 있지만, 원작가가 인정한 원본 작품은 해당 NFT 작품이 유일하다는 의미가 있다. 원작품만이 가진 가치를 가지기 위한 소유욕, 구매욕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해외에서는 실제로 작가가 작품을 만들고 NFT화한 이후 오프라인 작품을 불로 태우는 사례도 있다. NFT작품이 유일한 작품이 되면서 고유성을 더욱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