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래의 인더스트리]신약 기술수출, 대박인가

  • 등록 2021-05-22 오전 6:59:48

    수정 2021-05-22 오전 6:59:48

이데일리 독자 여러분은 아마도 지난해와 올해 대화 이슈가 바뀐 것을 느끼실 겁니다. 지난해엔 부동산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 올해 들어서는 주식 이야기가 대부분일텐데요. 그만큼 올해 들어 주식시장이 뜨겁습니다. 하지만 정작 개인 투자자들은 반도체와 바이오, 이차전지 등 최근 주식시장 이슈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강경래의 인더스트리’는 최근 주식시장과 함께 산업계를 달구는 이슈를 보다 쉽게 전달, 투자 등에 도움이 되실 수 있도록 주말마다 관련 배경지식을 다룰 예정입니다.

(사진=한미약품)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이번 시간에는 ‘바이오’ 두 번째 내용으로 ‘신약 기술수출, 대박인가’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초 GC녹십자랩셀이 ‘깜짝’ 신약 기술수출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에 설립한 법인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를 통해 다국적 제약사 머크에 총 2조 900억원 규모로 고형암에 쓰이는 세포치료제 신약 기술을 수출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것입니다. 이렇게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최근 대규모 기술수출을 일구면서 과연 신약 기술수출이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신약 기술수출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을 알아야 합니다. 신약은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작업에서 시작합니다. 수많은 화학약품 중에 어떤 것을 골라 얼마나 조합해야 할지를 선정하는 과정이죠. 이렇게 어렵게 선정된 신약 후보물질은 먼저 동물을 대상으로 효능을 시험하는 전임상을 실시합니다. 이렇게 전임상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보면, 이후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1상, 임상2상, 그리고 임상3상을 실시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임상 단계가 올라갈수록 신약 후보물질을 적용해야 할 환자 수도 늘어나고 금액 역시 크게 증가합니다. 그리고 임상3상을 통과하더라도 신약을 시판한 뒤 부작용이 없는지까지 살펴야 하는데요. 이러한 과정을 임상4상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전임상에서 임상1·2·3상을 거치는 과정은 통상 10년 안팎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구요. 비용 역시 수천억원에서 수조원까지 투입됩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치더라도 실제로 신약 후보물질이 상용화까지 이어질 수 있는 확률은 10% 미만입니다.

한국 신약 기술수출, 한미약품이 출발점

이렇게 신약 개발은 오랜 기간과 큰 금액이 들어가고, 여기에 성공할 확률마저 낮습니다. 이런 이유로 신약 개발은 존슨앤존슨, 화이자, 베링거인겔하임, 머크와 같이 규모가 큰 다국적 제약사들이 주도하는 상황입니다. 다행히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보령제약 등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그동안 총 33개의 국산 신약을 출시한 뒤 국내외에서 활발히 판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 여건상 이런 모든 신약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출시하기엔 매우 버거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선택하는 또 다른 방법이 바로 기술수출입니다. 이를테면 전임상을 마친 신약 후보물질, 혹은 임상1상을 마치고 어느 정도 검증된 후보물질을 다국적 제약사에 판매하는 방식이죠.

한국의 신약 기술수출 역사는 한미약품과 함께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프랑스 사노피 아벤티스와 무려 5조 192억원 규모로 표적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국내 전체 제약시장이 20조원 규모인 점을 감안할 때 당시 한미약품이 체결한 기술수출 규모는 실로 어마어마한 수준이었구요. 아울러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이 정도로 성장했다는 것을 전 세계 시장에 알리기에도 충분했죠.

이전까지 복제약(제네릭) 중심으로 성장해온 한국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계기도 됐습니다. 이후 2016년에는 동아에스티가 미국 애브비와 5936억원 규모로 면역항암제 기술수출을 했구요. 이듬해엔 제넥신이 중국 아이맙과 6332억원 규모로 면역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18년엔 유한양행과 인트론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등이 기술수출 성과를 올렸습니다.

하지만 신약 기술수출엔 맹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체결한 8224억원 규모 표적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이 중도에 해지되기도 했습니다. 이를 ‘기술반환’이라고도 하는데요. 베링거인겔하임 측이 폐암치료제 시장 동향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관련 신약 개발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이죠.

결국 한미약품은 계약금과 함께 단계별 기술료, 일명 ‘마일스톤’을 포함해서 원금의 10분의 1도 안 되는 735억원만 손에 쥐었습니다. 8224억원과 735억원, 차이가 크죠. 이 외에도 지난해 말 브릿지바이오가 베링거인겔하임과 체결한 1조 5000억원 규모 폐섬유증 신약 후보물질 수출계약이 중도에 해지됐습니다. 브릿지바이오는 이 과정에서 임상1상 진행에 따른 마일스톤 약 600억원만 손에 쥐었습니다.

기술수출, 계약금·마일스톤·로열티 등 구성 다양해

신약 기술수출은 계약을 체결하고 받는 계약금, 그리고 개발 단계별 성취도에 따라 받는 단계별 기술료 마일스톤, 개발을 마친 뒤 제품을 팔았을 때 매출액 중 일정 비율을 받는 로열티 등 다양하게 구성됩니다. 기술수출 당시 발표하는 금액이 단번에 회사로 입금되는 구조가 아니죠. 당장 받을 수 있는 돈은 계약금이 전부입니다. 만약 임상1상에서 기술수출한 뒤 임상2상을 마친 뒤 계약을 해지하면 임상 한 단계를 거친 만큼 마일스톤을 추가할 수는 있습니다.

기술수출한 사례로 가장 크게 주목받는 유한양행 ‘레이저티닙’ 역시 현재까지 계약금 566억원만 받은 상황이구요. 레이저티닙이 상업화까지 이뤄질 경우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1조 3627억원을 받을 수 있는 조건입니다. 다만 이 역시 임상을 모두 마친 뒤 신약이 시판까지 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죠.

올해 들어서도 GC녹십자랩셀 외에 알테오젠, 나이벡, 제넥신, 대웅제약, 이뮨온시아(유한양행 합작사) 등이 현재까지 기술수출을 했다고 발표했는데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약 기술수출 실적은 4조 3366억원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10조 1488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10조원을 넘어선 한국 신약 기술수출은 올해 20조원까지 내다볼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발표하는 기술수출 금액이 당장 손에 쥐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 그리고 신약 후보물질이 실제로 상용화까지 이어질 확률이 낮으며, 이런 이유로 중간에 기술반환에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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