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주부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8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강연장에서다. 김 전 부총리가 퇴임 이후 처음으로 고향인 충북 음성에서 강단에 섰다. 당시 김 전 부총리의 저서 ‘있는 자리 흩트리기’ 사인을 받기 위해 20대부터 50대 이상 다양한 연령대의 중년까지 줄을 섰다. 김 전 부총리 강연은 서울, 강원에서도 요청할 정도로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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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꼰대 얘기가 사라진 강연은 청년들 얘기로 채워졌다. 청각장애인들을 운전기사로 고용해 ‘고요한 택시’ 회사를 운영 중인 29살 CEO, 1만원 이하로 저렴하면서 정성을 담은 밥상을 준비하는 30살 자영업자, 노량진 ‘컵밥’처럼 컵에 담은 물회를 선보여 코로나19에도 대박이 난 청년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김 전 부총리와 만났던 이들은 공익과 사익의 조화를 고민하거나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청년들이었다.
강연에서는 이들 청년들이 마주하게 될 과제가 화두였다. 어떻게 하면 사회에서 계층이동을 활발하게 일어나게 할 수 있을까. 안으로는 코로나 디지털 혁명이 일어나고 있고 밖으로는 미·중 충돌과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있는데 우리 사회 시스템을 어떻게 혁신할까. 흑백·진영·이념논리가 강해지는데 어떻게 공감하고 소통할 것인가. 계층이동·혁신·소통이란 미래 과제에 대한 얘기였다.
‘김동연 현상’을 주목하는 것은 김동연 전 부총리가 대선 후보로 거론돼서가 아니다. 제3지대에서 ‘김동연 현상’이 짙어질수록 정부, 국회, 언론은 외면받을 것이란 위기의식 때문이다. 청년들은 꼰대 같은 어른, 과거에 사로잡힌 정부·국회에 눈길을 주지 않을 것이다. 청년들을 가르치려고 할 게 아니라 그들과 공감하는 게 필요하다. 그들의 절망과 상처에 기성세대는 귀를 열어야 한다. 정부 대책은 그 뒤에 마련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