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커플들의 브이로그가 광고라고?"

유튜브에 브이로그형 국제결혼 광고 난무
공정위 "해당 영상은 일종의 광고"... 결혼중개업법 위반 많아
이주여성에 대한 인권 침해적 콘텐츠도 문제
전문가 "'결혼'보다는 여성을 소비하는 상품처럼 재현"
  • 등록 2020-10-28 오전 12:05:17

    수정 2020-10-28 오전 12:05:17

유튜브에서 특정 국가와 국제결혼 키워드를 검색하면 노출되는 브이로그형 광고 영상(왼쪽). 일상 생활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제작자의 연락처와 카페 주소 등이 영상에 기재돼 있다.(오른쪽) (사진=유튜브 캡처)


국제결혼 커플의 일상을 보여주며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국제결혼 커플 브이로그(Video+Blog)' 영상이 사실 상업적 목적성을 띠고 있는 광고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튜브에서 ‘국제결혼’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국제결혼 커플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형식의 콘텐츠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A 중개업체가 올린 영상에는 베트남 여성이 결혼 대상자가 되는 한국 남성을 처음 만나는 날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해당 영상은 조회 수가 60만회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보였다. 구독자 1만여명을 보유하고 있는 B 중개업체의 영상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제커플이 서로에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담겨 있다.

'광고인 듯 아닌 듯한' 국제결혼 브이로그

하지만 해당 영상들은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이 브이로그 형식을 차용해 제작한 광고다. 특히 일부 영상의 경우 여성의 모습은 나오지만, 남성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다. 또 브이로그 형식임에도 결혼중개 과정이 핵심인 영상도 부지기수다.

해당 영상들의 하단에는 국제결혼중개업자의 개인 연락처와 카카오톡 아이디가 기재돼 있으며, ‘밴드로 오시면 여성 프로필을 볼 수 있다’는 문구로 해당 영상을 보고 국제결혼에 관심이 생긴 시청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일상이 담긴 브이로그처럼 보인다고 하더라도 광고주의 연락처나 카카오톡 아이디가 노출돼 있다면 일반 사람들은 광고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크므로 해당 영상들을 광고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해당 영상들은 광고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결혼중개업법)'에도 저촉된다. 해당 법 12조 3항에는 '결혼중개업자가 표시·광고를 하는 경우 국제결혼중개업자는 국제결혼중개업의 등록번호를 포함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등록번호 기재를 통해 소비자들이 불법 중개업체를 선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관련 유튜브 영상 대부분이 해당 법에서 명시한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A 국제결혼중개업체는 “남성이 모자이크 처리를 원해서 그렇게 한 것뿐이고 베트남 여성도 원하면 모자이크 처리한다”고 해명했다. 영상 콘텐츠의 등록번호 미기재에 대해서는 “여성가족부 지침이 수시로 바뀌는데 등록번호를 메인 화면에 해놓으라고 해서 메인화면에만 해놓은 상황"이라며 "메인 화면에도 등록번호를 기재하지 않는 곳들이 많다”고 항변했다.

B 국제결혼중개업체는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브이로그 영상에 대해 “브이로그 형식을 활용한 광고가 맞다”면서도 “등록번호를 기재해야 하는 줄 몰랐다. 앞으로 올리는 영상에는 기재토록 하겠다”고 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현재 지방자치단체 주관으로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이 표시·광고에 따른 의무사항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연 1회 점검을 하고 있다"며 "이 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포함한 전반적인 광고실태를 점검한다”고 전했다.

국제결혼중개업체의 광고 썸네일에 베트남 여성의 신상정보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사진=유튜브 캡처)


국제결혼중개업 광고...이주여성 인권 침해 요소 지적돼

해당 브이로그 광고들의 내용 측면에서도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이주여성에 대한 인권 침해와 한국의 가부장제 문화에 기반한 고정적 성(性) 역할을 강조하는 내용이 다수 반영돼 있다는 것.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이 국제결혼중개업의 유튜브 브이로그 광고를 바라보는 관점을 알아보기 위해 결혼이주여성 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에 따르면 이들은 “광고 속 여성은 남성이 선택하고 구매할 수 있는 대상으로 상품화되고, 노출과 몸매 강조 등 성적으로 대상화된다”며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실제 C 국제결혼중개업체의 유튜브 채널의 영상들에는 베트남 출신 여성을 하나의 상품처럼 신상정보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는 썸네일이 버젓이 게재돼 있다. 결혼중개업법에 따르면 인권 침해의 우려가 있는 내용을 표시·광고하면 법 위반 사항에 해당한다.

C 국제결혼중개업체 관계자는 “회원들만 볼 수 있도록 비공개로 해야 했는데 영상을 게재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전했다.

신민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는 “유튜브 광고에는 한국사회의 이성애 중심 가족 형태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며 "성혼 전부터 ‘아이를 몇 명 낳을 것이냐’, ‘오빠(한국 남성) 닮은 딸’, ‘아이를 낳고 일을 할 것이냐’와 같은 질문을 한다”고 말했다.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현재의 광고나 브이로그는 사회적 결속과 헌신이라는 ‘결혼’의 의미보다는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소비하는 상품처럼 재현하고 있다”며 “광고 이미지 속에서는 여성의 행복은 남성의 쾌락 욕구에 의존하는 형태로 그려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냅타임 고정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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