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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지금 뉴욕 증시는 70% 이상 고평가돼 있습니다.”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세븐스 리포트의 창립자 톰 이사예 대표가 코로나19 사태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뉴욕증시에 대해 내놓은 분석이다.
그가 제시한 근거는 이른바 ‘버핏 지표(indicator)’다. 거래 주식의 총가치를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이다. 20여년전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특정 시점의 주가 수준이 어떤지 알아보는 가장 좋은 지표이자 자신이 유일하게 신뢰하는 단 하나의 지표”라고 말한 이후 버핏 지표로 불린다.
이사예 대표에 따르면 대다수 상장사들을 편입한 주가지수인 윌셔 5000 지수(Wilshire 5000)를 현재 미국의 명목 GDP로 나누면 1.7이 나온다. 그는 “미국 버핏 지표의 역대 평균은 약 1.0이며 주가가 과대 평가됐다면 1.3 정도”라고 했다. 이사예 대표는 “버핏 지표가 과열이라는 게 당장 주가 폭락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그럼에도 지금 수준이 2000년 닷컴 버블 이후 최고치라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70% 고평가”…버핏 지표의 경고
요즘 월가에서 제2의 닷컴버블 논쟁이 뜨겁다. 코로나19 탓에 실물경제가 주저앉고 있는 와중에 증시는 연일 신고점 행진을 벌이고 있어서다.
실물경제 지표는 코로나19 충격에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나온 민간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CCI)가 대표적이다. 이번달 CCI는 84.8로 지난달(91.7) 대비 6.9포인트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92.5)에도 못 미쳤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실업이 급증해 가계소득이 급감한 여파다. 린 프랑코 콘퍼런스보드 경제지표 부문 수석디렉터는 “가계 자금 사정에 대한 걱정이 향후 몇 달간 소비를 얼어붙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버핏 지표의 근거는 이와 비슷하다. 버핏은 그동안 시총을 GDP와 비교해 1보다 아래인 경우 주가가 저평가, 위인 경우 고평가된 것으로 판단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 500 지수에 지난 12개월간 수익을 바탕으로 산출한 주가수익비율(PER·회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은 25.26배로 나타났다.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향후 1년 수익 전망을 통해 파악한 포워드 PER은 25.98배다. 2000년 9월 이후 최고다.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버블을 점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그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에 W자형 더블딥(이중 침체)이 올 수 있다”며 “증시 호황은 실물경제와 괴리가 크다”고 했다. 그가 이에 대한 근거로 제시한 경제지표가 두자릿수가 넘는 실업률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CNBC에 나와 “증시에 약간 광기가 있음이 분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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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는 지금 제2의 닷컴버블 논쟁중
다만 20여년 전 닷컴버블과 지금 양상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상승 랠리는 닷컴버블 때와 달리 강력한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다”며 오히려 투자 확대를 권고했다.
언택트 대형주가 이끄는 강세장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1999년 닷컴 버블 당시 주목 받았던 IT 기업들은 막 상장한 신생회사였지만 현재 증시의 주역들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기업이라는 점도 거품론을 반박하는 근거다.
월가는 슬금슬금 오르고 있는 시장금리를 주목하고 있다.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오전 한때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0.7%를 넘었다. 이번달 초 0.51%(지난 4일 기준)까지 떨어졌다가,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만에 하나 시장금리가 예상보다 빨리 급등할 경우 조정장 진입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게 월가의 시각이다. 이르면 내년 이후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