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코로나가 부른 골프장 특수…몸값 치솟아도 없어서 못산다

해외여행 막히자 골프장 '문전성시'
주52시간제로 레저 수요 증가 영향도
'클럽모우CC' 매각가 10% 이상 상승
'안성Q' 예비입찰에 10여곳 몰리기도
  • 등록 2020-07-20 오전 1:30:00

    수정 2020-07-20 오전 9:11:09

[이데일리 양희동 박종오 김성훈 이광수 기자] 불과 2~3년 전까지 적자에 자금난으로 매물이 쏟아졌던 국내 골프장 인수합병(M&A) 시장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올 2월부터 본격화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우리 관광객들의 해외 출국길이 막히자 국내 골프장들이 몰려드는 이용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며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고 골프장 몸값도 다락같이 치솟고 있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과 20~30대의 스크린골프 이용 확산, 기후 온난화에 따른 국내 기상 여건 개선 등이 더해지며, 외국 투자자들까지 국내 골프장 매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골프장이 호황을 누리자 골프장 소유주들은 매물을 거둬들이는 추세다. 경기도 안성과 제주 등에서 매각에 나선 곳들은 시장의 뜨거운 관심 속에 가격을 올려 부르는 상황이다.

올 들어 ‘코로나19’사태로 해외 출국길이 막히면서 국내 골프장이 호황을 누리며 몸값이 뛰고 있다. 경기도 안성 ‘아덴힐CC’. (사진=아덴힐CC)
해외 출국자 98%까지 급감…국내 골프장 ‘코로나19’ 특수

19일 한국관광공사의 한국인 출국 통계에 따르면 올 1~5월 해외로 출국한 내국인 수는 377만 2401명으로 전년 동기(1251만 2051명) 대비 69.8% 감소했다. 5월 한 달을 놓고 보면 해외로 나간 내국인 수는 3만 7801명에 불과해 전년 동월(240만 1204명) 대비 무려 98.4%나 급감했다. 지난해 여름 휴가철(6~8월)에 756만 6017명이 해외로 떠났던 점을 감안하면, 이들 중 상당수가 국내로 발길을 돌리고 있어 여름 성수기 여행·골프 등 레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 골프장들도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해외 원정 골프 수요의 국내 전환으로 인해 대중제·회원제 모두 ‘풀 부킹’이 이뤄지는 등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인터넷 골프 예약사이트 엑스골프에 따르면 올 1~5월 국내 골프장 누적 예약건수도 16만 6315건으로 전년동기(14만 2342건) 대비 16.8% 증가했다. 이에 국내 골프장 평균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20%대에서 올해는 두 배에 달하는 40%를 넘고 있는 것으로 회계법인들은 추산하고 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사태는 물론 주 52시간 근무 확대와 스크린골프장을 찾는 20~30대가 늘어나는 등 골프 저편도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2010년 이후 분양한 신축 아파트들은 대부분 단지 내에 골프연습장을 갖추고 있다”며 “재택근무 확대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골프를 치지 않던 입주민들도 이용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국내 골프 수요가 늘면서 골프장의 가치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이 지난 13일 하나금융·모아미래도 컨소시엄과 매각 본계약을 체결한 강원도 홍천 ‘클럽모우CC’(27홀)는 1850억원에 거래됐다. 애초 시장에선 클럽모우CC가 1600억~1700억원 선에서 팔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골프장 호황과 매물 부족으로 인해 매각가격이 10% 이상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수도권 골프장의 경우 홀당 60억원에서 80억원으로 가격이 상승, 18홀은 1400억원 안팎, 27홀은 1800억원 선에 매물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최근 매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경기도 포천힐스(퍼플릭 27홀) 골프장의 경우 매각가를 2000억원 선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한 임원은 “골프장 몸값 상승은 코로나19 반사 이익도 있지만 지구 온난화로 한국 날씨가 따뜻해지고 비도 적게 내려 영업 일수가 대폭 늘어난 영향도 크다”며 “외국 투자자들도 우리나라 날씨를 보고 골프장 사고 싶어하는 곳이 많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수도권은 홀당 가격 80억원…안성·제주 등 매물 관심 집중

기업을 비롯해 골프장 인수를 타진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매물로 나온 골프장에 대한 인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사모펀드(PEF)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가 소유한 18홀 대중제 골프장 ‘골프클럽 안성Q’(안성Q) 매각도 얼마 전 예비입찰에 10곳 가량이 응찰했다. 안성Q에 대한 시장 추정가는 1200억원 안팎이지만 최근 수도권 골프장 홀당 가격이 80억원 수준까지 높아져, 실제 매각가는 1400억원대로 형성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올 2월 경찰공제회가 인수하려다 가격 차이로 거래가 무산된 안성의 ‘아덴힐 컨트리클럽’(대중제 18홀)도 당시 매각가 1200억원으로 책정했지만, 아덴힐CC 측이 최종적으로 매각가를 1350억원으로 올려 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프린터부품 업체인 한프가 지난해 12월 531억원에 인수한 제주도 1호 골프장인 제주컨트리클럽(제주CC)도 가격이 몇 달새 630억원 선으로 100억원 높아졌지만, 5곳 정도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 등 기업들도 골프장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매물이 귀해 경쟁이 치열하다”며 “수도권은 매물이 거의 소진돼 앞으로 2~3년 간 매물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안성Q나 아덴힐CC 등은 시장 추정가보다 비싸게 팔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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