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회계수장 선거]익명채팅·대출제도 도입…이색공약 '눈길'

①채이배, 국회·지방의회 예산심사 참여 지원
②정민근, 청년·여성 회원과 익명 라이브 채팅
③최종만, 손해배상책임 제척기간 합리적 조정
④김영식, 세무사의 직역침해시도 절대 저지
⑤황인태, 회계연구원 설립·간편 대출제도 도입
  • 등록 2020-06-09 오전 1:12:00

    수정 2020-06-09 오전 7:39:05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제45대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을 가리는 선거가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면서 표심을 잡기 위한 이색공약 대결도 뜨겁다. 회장이 되면 회원(등록 회계사)들과 계급장을 뗀 대화를 하겠다거나 간편 대출제도를 만들겠다는 등 차별화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회계 개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기호 2번 정민근 후보는 청년·여성 회원과 소통 채널 다양화 및 의견 청취를 위해 익명 라이브채팅(Blind Live Chatting)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익명 라이브채팅은 문자 그대로 실명을 가린 채 실시간 온라인 대화를 하는 것으로, 현재 정 후보가 몸담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분기별로 시행 중이다.

이미 빅4(삼일, 삼정, 안진, 한영) 중 한 곳에서 성과가 입증된 만큼, 청년·여성 회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처럼 익명성에 기댄 소통으로는 실제 현안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대화가 한 가지 주제로 모이지 않고, 인상 비평에 가까운 이야기가 반복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함께 공약한 ‘청년회원 및 여성회원의 회무 참여 지속적 확대 및 예산지원 강화와 처우개선 노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해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한 청년 회계사는 “익명 라이브채팅은 ‘쇼잉’(보여주기)에 그칠 가능성이 작지 않다”며 “차라리 한공회 대의원에 20·30세대 몫, 여성 몫을 늘려 발언권을 키우는 게 현실적”이라고 역제안했다.

기호 5번 황인태 후보의 공약에는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내용이 많았다. 황 후보는 “호텔, 스포츠센터, 건강검진센터, 웨딩, 어학원 등에서 회원 본인과 직계가족에 대해 우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회의 로이어스 카드(Lawyer’s Card·복지 카드)와 같은 복지제도를 적극 개발하겠다”며 “신용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창업 및 주택구입 자금확보에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원을 위한 1억5000만원 한도의 간편 대출제도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로이어스 카드의 경우 결제기능은 없이 제휴 기관에 변호사회 회원 확인용으로 활용된다. 제휴 기관은 건강검진센터 15곳, 호텔 28곳, 연회장 3곳, 피트니스·골프 8곳 등이다. 복지성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후보는 5명 중 황 후보가 유일하다. 실제 회계사들 반응은 엇갈린다. “회비를 내기만 하다 혜택으로 돌려준다니 신선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굳이 거창한 공약으로 삼을 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다.

교수 출신 다운 연구 기능 강화 방안도 이채롭다는 평가다. 황 후보는 “법제연구원을 둔 변호사회, 한국조세연구소를 둔 세무사회, 한국부동산연구원을 둔 감정평가사협회처럼 독자적인 연구소를 갖고 직역 확대 및 회원 권익 향상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며 “한공회 산하에 회계 분야 연구를 전담하는 기관이 없다 보니 현안에 대한 해외 사례 수집기능이 약하고 대처가 늦어서 타당한 정책대안을 적시에 당국에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원로 회계사는 “회계연구원 설립은 오랜 숙원이지만, 늘 우선순위에서 밀린 감이 있었는데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니 환영한다”고 했다. 반면 “이미 한공회 내 연구본부가 있고 분기마다 ‘회계·세무와 감사 연구’란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되는 논문들을 발표하고 있다”며 “별도 법인으로 독립하느냐 마느냐 차이에 불과하다”는 반박도 있다.

이 밖에 기호 1번 채이배 후보는 “정부의 각종 위원회 참여 등 회계사의 공적 활동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회계사가 국회·지방의회 예산심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기호 3번 최종만 후보는 “현재 8년인 손해배상책임 제척기간을 조정하겠다”며 “일반 상행위 제척기간이 5년인 것을 감안하면 회계사들에게 너무 오랫동안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했다.

제척기간이란 어떤 종류의 권리에 대해 법률이 정하고 있는 존속기간으로 이 기간이 지나면 해당 권리가 소멸된다. 즉, 회계법인이 ‘적정’ 감사의견을 표명했고 투자자가 이를 보고 주식을 산 기업에서 훗날 분식회계가 밝혀져 상장폐지 된다면, 회계법인에 일정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기간이다.

기호 4번 김영식 후보는 이례적으로 세무사의 직역침해 시도 절대 저지, 변호사의 세무 대리·시장 침해를 위한 세무사법 개정 저지 등을 직접 언급했다. 연결기준 내부회계 관리제도 감사 조기 시행처럼 기업 측이 반발하는 내용도 정견서에 분명히 담았다. ‘불도저’란 이미지를 십분 활용해 회계 개혁을 견인한 최중경 현 회장과 같이 전투력 있는 후보임을 드러내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관전평이 나온다.

한 30대 회계사는 “최 회장 이후 강단 있는 리더십을 바라는 이들이 많다는 여론을 읽은 듯하다”며 “특히 응집력이 강하고 똘똘 뭉치는 세무사회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표현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또 다른 회계사는 “공약보다 중요한 건 이를 이행할 추진력이 있느냐다. 그런 의지가 있는지 남은 선거운동 기간 확인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회계 개혁이 마무리지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나무를 보기보다는 숲을 보려 한다”거나 “공통적으로 내세운 회비 절감과 같은 공약보다 회비를 낸 만큼 일하는 한공회를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등과 같은 목소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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