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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를 포함해 일본 기업들이 2000년대 디지털카메라 열풍을 일으키면서 삼성도 2008년 본격적으로 카메라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은 그해 11월 6일 카메라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회사인 ‘삼성디지털이미징㈜’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 삼성디지털이미징은 미러리스 디지털 카메라인 ‘NX 시리즈’를 시장에 처음 선보였습니다. 또 이듬해인 2010년엔 삼성전자(005930)가 삼성디지털이미징을 4월 1일 자로 흡수 합병해 ‘디지털이미징사업부’로 정식 편입시켰습니다.
당시 삼성전자는 디지털이미징사업부 편성을 통해 TV와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등 영상관련 제품 간 연계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었습니다. 또 2012년까지 디지털카메라 매출을 5조원으로 늘리고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려 1위에 올라선다는 야심 찬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이런 삼성전자의 시장 진출에는 카메라 마니아였던 이건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었습니다. 이 회장은 ‘카메라 사업 일류화’를 주문하며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 점유율 1위를 목표로 NX시리즈 라인업을 확장해나갔습니다. 그리고 한 때 소니에 이어 국내 시장 2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의 NX시리즈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고 국내 시장에서 소니와 수위를 다퉜던 만큼 사업 철수 결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일본 업체들이 지배하고 있는 카메라 시장에서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존재는 우리 소비자들에겐 남다른 의미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결국 삼성전자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은 철수 결정 5년 뒤인 올해 올림푸스의 카메라사업 철수가 방증한 셈이 됐습니다.
일본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카메라 출하량은 2015년 3539만 5000대에서 지난해 1521만 7000대로 ‘반 토막’ 이하로 급감했습니다. 또 국내 시장 규모도 같은기간 66만 6000대에서 25만대로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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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삼성전자는 최근 5년 간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반도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 사람 눈에 버금가는 1억 화소급 제품 양산에 성공했습니다. 또 올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20’에는 100배 줌 카메라를 탑재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삼아, 이미지센서에서도 소니를 넘어 왕좌를 꿈꾸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카메라는 1975년 코닥(Kodak)이 개발했지만 필름과 아날로그 카메라 등 기존 사업을 포기하지 못해 후발주자들에게 따라잡히고 말았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후발주자로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새로운 시장인 스마트폰용 카메라로 발빠르게 전환해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어떤 산업도 번영의 정점에 도달하면 쇠퇴의 길로 접어드는 운명을 피할수 없다”면서도 “기업은 변신을 통해 얼마든지 새 생명을 얻고 장수 기업을 넘어 영속 기업으로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가 끊임없는 변신을 통해 100주년이 되는 2069년에도 세계 일류 기업으로 남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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