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동의 타임머신]삼성전자 주주들..10년간 배당 얼마받았나

기준금리 1.25% 저금리시대..배당수익률 3~4%대
2010년 주당 200원서 지난해 1400원대로 7배 증가
국내 최대 기업의 과실을 국민이 나눠가질 기회
  • 등록 2020-02-08 오전 8:00:00

    수정 2020-02-08 오전 8:00:00

2010년 이후 10년 간 삼성전자의 1주당 배당금(액면분할 기준 환산) 추이. (자료=한국CXO연구소 및 삼성전자·단위=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얼마 전 ‘KEB하나은행’이 ‘하나은행’으로 회사 이름을 바꾸면서 연 최고 5.01%의 금리를 주는 적금 상품인 ‘하나 더 적금’을 출시했습니다. 하나은행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판매한 이 적금은 수 만명이 일시에 가입하려고 몰리면서 모바일앱 접속이 폭주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1.25%에 불과한 저금리 시대에 그 4배에 달하는 5% 금리를 준다고 하니 가입자가 한꺼번에 몰려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상품의 내용을 살펴보면 가입금액은 10만원 이상 30만원 이하로 제한돼 있습니다. 최고 5.01%의 금리를 받는다고 해도, 1년제 상품이라 30만원씩 납입할 경우 최종 세후 이자는 8만 6000원선에 불과합니다. 납입금 총액 대비 연 이자율은 2.4% 정도입니다.

만약 최근 1년간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005930) 주식을 매달 30만원씩 주식을 샀다면 배당수익(약 2.7%)을 빼고도 수익률은 지난 7일 종가(6만 400원) 기준 16.5%에 달합니다. 삼성전자 주식은 우선주와 보통주 모두 1주당 4만~6만원 선으로 일반인이 사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하나은행 특판 적금과 비교해 훨씬 좋은 선택 일 수도 있는 셈입니다. 또 삼성전자는 최근 3년간 고배당 정책을 취하고 있어, 기업이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을 우리 국민이 나눠 가질 거의 유일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2010년 이후 배당금 지속 상승…배당성향도 10%서 44%로↑

삼성전자는 다음달 18일을 전후해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지난해 배당을 최종 확정할 예정입니다. 이번 주총에선 처음으로 전자투표제가 도입돼 주주권 행사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입니다. 2018년 액면 분할 이후 소액주주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지난해 주총에서 1000명 이상이 몰려, 불만이 터져나온데 따른 결정으로 해석됩니다. 주총 이후엔 2018년 이후 3년간 유지되고 있는 배당 정책도 일부 변화가 예상되지만, 고배당 성향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간을 되돌려 10년 전인 2010년 삼성전자의 배당금을 살펴보면 당시엔 배당을 기대하고 투자하기엔 수익률이 너무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그해 삼성전자의 주가는 70만~80만원(액면분할시 1만 4000원~1만 6000원) 수준이었고 배당금은 1만원으로 배당수익률은 연 1.3% 선에 불과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로 당시 기준금리도 2%대로 낮은 수준이었지만 정기예금 1년 금리가 3~4% 수준이었기 때문에 삼성전자 배당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2011년엔 LCD(액정표시장치)사업 부진으로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1조원 가까운 적자를 냈고, 주가가 67만 2000원(액분 1만 3440원)까지 떨어져 최근 10년 간 최저가를 기록했습니다. 그해 배당도 5500원으로 전년대비 ‘반토막’이 났습니다. 그러나 이후 스마트폰 사업이 세계 1위로 올라서며 2012년 8000원→2013년 1만 4300원→2014년 2만원→2015년 2만원→2016년 2만 7500원 등으로 배당은 계속 높아졌습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접어든 2017년엔 4만 2500원으로 껑충 뛰었고, 2018년과 지난해는 배당금이 1416원으로 액분 전으로 환산하면 7만 800원에 달합니다.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을 얼마나 지급했는지를 보여주는 ‘배당성향’도 2014년부터는 10% 이상을 유지해왔고, 2018년엔 21.9%, 지난해엔 44.2%까지 높아졌습니다. 순이익의 절반 가량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지급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국민기업 삼성전자 배당금…외국인 몫 60% 달해

하지만 국민기업이라 불리는 삼성전자의 배당금은 대부분 외국인 주주들의 지갑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지분의 절반이 넘는 약 57%를 외국인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총 배당금 9조 6192억원 중 외국인 주주들 몫은 5조 4800억원에 달합니다. 반면 약 70만명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개인투자자의 지분 비중은 3% 선에 불과합니다.

최근 몇년간 투자 수요가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다락같이 치솟았습니다. 서울 아파트값 시가 총액은 1200조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만약 서울 아파트값에 몰린 돈의 10%만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된다면, 국내 투자자의 지분율은 전체 ‘3분의 1’로 올라갑니다. 그러면 삼성전자가 주주에게 주는 배당금 중 약 3조 2000억원이 우리 국민의 몫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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