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자금 1120조 대이동]지방 큰 손들 서울 쏠리고 청약 가점 인플레 가속화

  • 등록 2019-10-14 오전 4:00:00

    수정 2019-10-14 오전 4:00:00

[이데일리 박민 기자]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자금이 서울 주택 시장에 쏠리면서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부의 연이은 규제에도 집값이 요동치자 지방 사람까지 서울 매매행렬에 합세하며 ‘상경 투자’가 빚어지고 있고, 강남권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경우 평균 당첨 가점이 70점대에 육박하는 등 청약가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게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매매 거래된 전체 아파트는 7702채로 이중 서울 외 거주자인 지방 사람이 산 집은 1806채로 나타났다. 전체 23.4%로 서울 아파트 4채 중 1채꼴로 지방의 현금부자들이 매입하고 있는 셈이다.

강남구의 경우 지난 2017년에 매매거래된 아파트 7357채 중 1667채인 22.6%가 지방 사람이 사들인 집이다. 지난해에는 이 비중이 24.3%(4835채 중 1176채)로 커졌고, 올 들어 8월까지 집계에서는 24.6%(2252채 중 555채)로 더 늘었다. 민 의원은 “각종 공급 규제로 인해 앞으로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면 지방 투자자들의 강남권 상경 투자를 더 부추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청약 시장도 이상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정부의 분양가 통제에 따른 시세 차익 기대감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서 촉발된 ‘주택 공급 위축’ 우려가 청약 수요를 폭증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여파로 강남권 분양 단지의 평균 당첨 가점은 70점대에 육박할 정도다. 가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30~40대는 50~60대에 비해 내집마련 꿈에서 멀어지며 세대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청약점수는 무주택 기간(32점 만점), 부양가족 수(35점 만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 만점) 등 84점 만점으로 구성된다. 60점을 넘으려면 무주택 기간(32점)과 청약통장 보유기간(17점)이 15년 이상 돼야 하고 부양가족 2인 이상의 조건도 갖춰야 한다. 여기에 강남에서 분양한 단지들은 대부분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도 안되는 만큼 수억원의 현금을 자력을 마련할 수 있는 50~60대 고가 전세 수요자들에게만 청약 당첨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비이성적인 시장의 움직임은 인위적인 규제가 불러온 부작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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