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만기 확정수익률로 4.2%를 제공한다는 독일 국채(10년물)금리연계 DLS 상품(사모형펀드)이 우리은행에서 날개 돋힌 듯 판매되자 한국씨티은행에는 이 같은 고객 문의가 잇따랐다. 이에 한국씨티은행은 내부 검토를 진행했지만 결국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리스크 분석을 해봤더니 일반뿐 아니라 PB고객에게 판매하기 부적합한 고위험 상품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국내 일부 시중은행이 해외금리연계 DLS를 담은 DLF를 수천억원씩 판매해 원금손실 위기에 직면하면서 파생상품 판매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외국계은행의 리스크관리 시스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파생상품 판매에 대한 사전 리스크관리와 양(상품 판매 등 영업성과)보다는 질적인 고객관리를 우선시하는 핵심성과평가지표(KPI) 관리가 주효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어서다.
한국씨티·SC제일銀, “DLS는 고위험상품, 판매 안 해”
국내 은행들도 상품을 판매하기 전 상품선정위원회 등 나름대로의 리스크관리를 통해 상품 판매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도 사전에 위험을 감지하고 독일 국채금리연계 DLS상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들 은행이 ‘운이 좋았다’고 말할 만큼 고위험 파생상품을 아예 판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실제 국민은행도 이번에 문제가 된 DLS상품을 판매하지 않았을 뿐 245억원 규모(잔액기준)의 해외금리연계 DLS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은행들도 언제든지 파생상품 판매 리스크가 터질 수 있다는 의미다.
SC제일은행 역시 ‘상품승인위원회’를 통해 상품판매 여부를 결정하고 있으며 선정 과정에는 관련 상품 판매부서 헤드는 물론, 준법감시, 법무, 각종 리스크 관리(마켓, 신용, 운영), 소비자보호 업무 헤드까지 참여한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고객과 판매 직원이 모두 해당 상품의 원리와 수익률, 위험성 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상품 선정을 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SC제일은행은 원자재, 환율, 금리, 신용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고위험 DLS는 기관투자자가 아닌 개인에게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KPI, 영업성과보다는 안정적 수익 올리는데 초점
“사모펀드는 원칙적으로 리스크관리 대상인데 사모펀드를 마치 예·적금 등 수신상품 팔듯이 판매하면 안되죠.” 한 외국계은행 직원은 시중은행에서 판매된 해외금리연계 DLS 상품이 고위험 상품인데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중위험 상품으로 판매된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본점 투자본부에서 고객 투자성향별 리스크분석 자료를 3개월마다 보내주면 이를 토대로 고객별 모델 포트폴리오(MP)를 관리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상품판매 등 영업성과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성과관리 지표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SC제일은행은 KPI설정 시 비재무 비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재무·비재무 비중을 50대50으로 운용하고 있다. 비재무적인 부분 중에는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상품판매 직후 감사 차원에서 △상품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객이 자필서명(가입서류)했는지 △원금보전에 대한 약속을 받았는지 △강요에 의해 상품에 가입했는지 등과 같은 체크항목을 고객 대상으로 점검(콜백 검사)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비재무적 평가를 위해 업무 서비스와 관련된 고객의 소리(VOC), WM 판매품질보증 및 콜백 결과 등을 KPI에 비중 있게 반영하고 있다”며 “아울러 비재무적 평가를 직원 개인별로 운영함으로써 팀이나 집단적인 평가로 인해 소홀해질 수 있는 상품판매 원칙 준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