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부’·‘디지털데이’…유통업계 뒤흔드는 상표권 분쟁

아모레퍼시픽-中 화윤설화, 맥주 '설화' 상표권 두고 협상
'청년농부' 상표권 등록에 젊은 농업인들 집단 반발
'디지털데이' 행사명 두고 위메프-티몬 법적 분쟁 조짐
"우회적으로 표현하거나 빠른 무효청구소 제기가 답"
  • 등록 2019-08-07 오전 5:30:00

    수정 2019-08-07 오전 5:30:00

(자료=특허청 키프리스)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유통업계가 올해 들어 상표권 분쟁으로 소란스럽다. 특정업체가 상표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주장하고 경쟁사는 이에 반발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의 상표권 분쟁은 포괄적인 의미의 상표권 방어부터 ‘알박기식’ 상표권 선점까지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를 두고 지적재산권 전문가는 장외 여론 투쟁보다는 빠른 법적 해결이 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6일 화장품업계와 주류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중국 맥주업체 화윤설화와 상표권을 두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사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설화수’의 상표권을 보호하기 위해 ‘설화수’ 외에도 ‘설화’ 상표까지 등록해 놨다. 특히 설화수의 본래 상품분류인 화장품이 포함된 ‘03류’ 외에도 맥주가 포함된 ‘32류’ 등을 포함해 포괄적으로 상표를 등록했다.

이 때문에 화윤설화는 설화에 대한 상표권이 없어 프리미엄 브랜드 ‘설화’ 대신 ‘슈퍼엑스’ 브랜드로 올해 4월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설화를 국내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 무산되자 중국 화윤설화는 국내 대형 로펌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이 보유한 상표권에 대해 취소심판을 청구했다. 아모레퍼시픽이 맥주 ‘설화’에 대한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등록 후 실제 제품을 출시하거나 마케팅에 활용하는 등 권리 행사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상표법 119조 9조 3항에 따르면 취소심판청구일 전 3년 이내 국내에서 상표권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상표등록에 대해 취소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취소심판이 청구된 후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화윤설화 측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 “화윤설화 본사와 각자의 본업에 충실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협의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자료=청년농부협동조합)
농가에서도 최근 상표권 하나에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 청년농부협동조합에서 ‘청년농부’라는 상표권을 등록하면서 다른 젊은 농업인들의 농산물 판매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청년농부협동조합은 지난 2016년 귀농한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단체다. 청년농부협동조합은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청년농부’ 상표권을 등록해왔다. 농업이나 축산업, 임업 등은 물론 이에 따른 가공물 등에 대해 포괄적인 상표권을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상표권 등록 이후 청년농부협동조합은 조합원 외 상품에 ‘청년농부’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판매자들에게 상표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청년농부협동조합 측은 홈페이지 내 안내공고를 통해 “무분별한 상표권 침해로 손해배상 소송이 발생할 수 있다”며 “출자금 10만원과 연회비 10만원을 내면 ‘청년농부’ 상표권한이 부여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합원이 아닌 일반 청년농업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한 청년농업인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정부에서 현재 청년농업인들에게 많은 지원을 주며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는 시점에 아주 일반적으로 쓰이는 ‘청년농부’라는 단어에 특허청이 하나의 협동조합에만 특허 상표권을 내줬다”며 “일상적이고 기본적인 단어를 결합한 서비스 표장을 개인에게 독점시킬 경우 공공의 이익을 과도하게 침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강선아 청년농업인연합회 회장은 “청년농부협동조합과 상표권 사용과 관련해 협의에 나섰지만 협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비슷한 성격의 단체들과 뜻을 모아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특허청 측은 “단순 상품 설명에 청년 농부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으며 또한 분쟁은 특허청이 아닌 특허심판소의 영역”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위메프와 티몬이 ‘디지털데이’ 명칭 사용을 두고 상표권 분쟁에 들어갔다. 위메프는 ‘디지털데이’에 대한 상표권을 주장하는 한편, 티몬은 ‘디지털데이’에 식별력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진은 양사의 디지털데이 포스터.(자료=각 사)
전자상거래업계에선 특가 행사명을 두고 위메프와 티몬이 법적 분쟁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위메프는 티몬 측에 지난 4월10일과 지난 10일 두 차례에 걸쳐 티몬이 진행한 ‘디지털데이’ 행사가 자사의 상표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골자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위메프 측은 내용증명에 “티몬이 등록상표 ‘위메프 디지털데이’ 및 출원상표 ‘디지털데이’를 보유하고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영리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해당 명칭을 사용했다”며 “이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해 사용을 중단하고 관련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위메프는 지난 2018년 ‘위메프 디지털데이’ 상표 등록에 성공했고, 이어 티몬이 디지털데이 행사를 시작하자 ‘디지털데이’까지 상표 출원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대해 티몬 측은 그냥 디지털데이가 아닌 ‘티몬 디지털데이’로 행사를 진행했고, 디지털데이 역시 널리 쓰이는 표현이기 때문에 위메프가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사용중지를 요구할 경우 영업방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태언 대한특허변호사회 회장은 “만약 특허청이 법적요건을 간과하고 상표를 등록해줬다면 상표등록 무효청구 소송을 할 수 있다”라면서 “현재도 상표권을 우회해서 자신들의 상품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있지만, 그것이 내키지 않는다면 현행 특허제도 내에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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