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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한국인 무용수는 쉽게 ‘노’(no)를 말하지 않는다. 그만큼 열심히 하기 때문에 해외 발레단이 주목할 수밖에 없다.”
미국 4대 발레단 중 하나인 보스턴발레단의 수석무용수 한서혜(31)는 한국인 무용수가 해외 유명 발레단에서 사랑 받는 이유로 한국인 특유의 예의를 꼽았다.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한서혜는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예의를 갖춰 열심히 하다 보면 모두에게 사랑 받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서혜는 2012년 유니버설발레단을 떠나 이듬해 보스턴발레단에 입단해 세컨 솔리스트, 솔리스트로 승급한 데 이어 2013년 발레단 최고 자리인 수석무용수에 올랐다. 지난 18일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제9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을 받아 보스턴발레단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한서혜의 한국 공연은 2014년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이후 4년 만이다. 보스턴발레단과 함께 국내 관객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윌리엄 포사이드가 안무한 ‘파스/파츠’의 하이라이트를 선보인다. 한서혜는 “한국 관객에게 익숙하지 않은 작품을 전막이 아닌 하이라이트로 공연하게 돼 좋은 점도 있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도전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펜실베이니아발레단 오디션에 먼저 도전했지만 아쉽게 떨어졌다. 때마침 보스턴발레단이 주최한 보스턴국제발레콩쿠르에 참가해 1등을 차지하면서 보스턴발레단 입단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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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발레단에는 현재 16개 국가에서 온 다양한 무용수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한서혜가 처음 입단했을 때는 동양인 무용수가 많지 않아 힘든 때도 많았다. “혼자 생활하는 것도 처음이라 서러움에 한 달 동안은 밤마다 울었다. 클래식발레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모던발레를 하다 보니 힘든 점도 많았다.” 그러나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부단한 노력과 연습으로 예상보다 빨리 수석무용수까지 올랐다.
올해는 더 큰 책임감을 안고 발레단 활동에 임하고 있다. 보스턴발레단에서 16년간 간판스타로 활약했던 일본인 무용수 미사 쿠라나가가 최근 퇴단했기 때문이다. 한서혜도 동경했던 무용수였기에 그 빈자리가 더욱 크다. 한서혜는 “수석무용수인만큼 발레단에서도 나에게 리더십을 바라는 때가 왔다”며 “7월부터 시작하는 다음 시즌에는 쿠라나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더욱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서혜는 오는 7월 13일과 14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갈라공연 ‘발레 오브 섬머 나이트’ 공연을 마친 뒤 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오랜만에 바쁘게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마음은 보스턴에 홀로 남아 있는 남편 생각으로 가득하다. 작년 1월 미국에서 만난 한국인 남자친구와 결혼해 아직 신혼의 행복으로 가득하단다.
발레리나로 최정상의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언제가는 춤을 그만둘 생각도 갖고 있다. 자신의 뒤를 이어 올라올 후배들을 위해서다. 한서혜는 해외 활동을 바라는 한국인 무용수 후배들에게 “한국에서 하던 대로만 하면 해외에서도 충분히 실력을 인정 받으며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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