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계 양극화…'럭셔리' 웃고, '1세대 로드숍' 울고

LG생활건강·애경산업 화장품 호조에 '역대급' 실적 기록
로드숍 브랜드는 각종 악재에 매출·매장 줄어
M&A·정체성 변화·유통채널 다양화 등으로 위기탈출 안간힘
  • 등록 2019-02-13 오전 5:45:00

    수정 2019-02-13 오전 5:45:00

서울 명동거리에 위치한 로드숍 화장품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국내 화장품 업계 대·중소 기업간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 높은 대기업 화장품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로드숍으로 출발한 화장품 브랜드들은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브랜드들은 돌파구 마련을 위한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LG생활건강 영업익 12%↑…애경산업 58%↑

12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051900)과 애경산업은 지난해 화장품사업의 고속성장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5% 오른 6조747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11.7% 증가한 1조393억원을 보였다.

특히, 화장품 사업의 성장이 도드라졌다. 화장품사업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9.1% 성장한 3조9054억원, 영업이익은 23.1% 증가한 7827억원이다.

LG생활건강이 이렇듯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지난해 고급 화장품 브랜드 ‘후’가 업계 최초로 단일 브랜드 매출 2조원을 넘긴 영향이 크다.

애경산업도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매출은 11% 오른 6996억원, 영업이익은 58% 증가한 786억원이었다. 애경산업 역시 화장품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주효했다. 특히 지난해 화장품사업의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겼다.

반면, 그동안 K뷰티를 이끌어온 로드숍 브랜드들은 지난해 위기에 봉착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중국 단체관광객의 감소다. 2017년부터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조치’가 본격화되면서 매장을 싹쓸이하던 유커(遊客·중국인 단체관광객)가 사라졌다.

비슷한 시기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시장은 급격히 커졌다. 단일 브랜드만을 취급하는 로드숍과 달리 H&B 매장에선 여러 국내외 브랜드를 접할 수 있어 소비자 편의성이 높다. 특히, H&B 업체들은 일반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쉽게 구매하기 힘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기 브랜드까지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나섰다.

공시지가 상위 10곳 중 6곳 명동 화장품 매장

상승세가 꺽이지 않는 임대료 부담도 로드숍 위기에 한몫하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르면 공시지가 상위 1~10위 중 6곳이 서울 중구 명동 일대 화장품 매장이다.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공시지가가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한 1억8300만원(㎡당)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토니모리, VDL, 라네즈, 더샘, 아이오페 매장 등의 공시지가가 ㎡ 당 1억원을 넘겼다.

화장품 로드숍 시장은 지난 2016년 2조8110억원 규모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2017년 2조290억원에서 지난해 시장규모는 이보다 15% 가량 더 줄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이 줄어들면서 매장 효율화 등의 일환으로 매장수도 줄어들고 있다. 2016년까진 매장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2017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로드숍 매장수는 5200개 수준으로 정점을 찍었던 2016년 대비 7.8% 줄어들었다.

지난 1월 21일 낮 중구 봉래동 서울역 앞에서 스킨푸드 채권자들이 조윤호 스킨푸드 대표의 배임·횡령 의혹을 제기하며 그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에 로드숍 브랜드업체 중 상장사인 에이블씨엔씨, 토니모리, 클리오 등은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해부터 불거진 ‘스킨푸드 사태’는 로드숍 신화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스킨푸드 법정관리, 로드숍 불안감 고조

스킨푸드는 지난해 10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경영난이 이어지며 제품을 정상적으로 공급받지 못한 가맹점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낸 상태다. 제품이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니 소비자들도 발길을 끊는 상황이다.

현재 스킨푸드는 조윤호 대표 대신 김창권 전 한국제지 대표이사를 새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하고 매각을 추진 중이다.

정상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로드숍 브랜드들은 제각각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생존 전략을 구사 중이다.

우선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적자 속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H&B 매장 등에서 인기를 끈 ‘돼지코팩’을 생산하는 미팩토리 지분을 100% 인수했다. 이어 올해도 화장품 수입·유통업체 제아H&B와 약국 화장품업체 지엠홀딩스 지분을 각각 60%씩 인수했다.

에이블씨엔씨는 M&A를 통해 제품군 확대는 물론 유통 채널 포트폴리오까지 넓힐 방침이다.

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은 H&B 매장의 성장에 대항하기 위해 기존 더페이스샵 매장을 화장품 편집 매장 ‘네이처컬렉션’으로 바꾸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장 850개 중 220여개가 정체성을 바꿨다. 특히 LG생활건강 내 브랜드는 물론 타사 브랜드까지 입점시키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반면 토니모리는 자사 로드숍이 아닌 H&B 매장이나 화장품 편집매장 입점을 생존책으로 삼았다. 아울러 홈쇼핑 등에도 진출해 유통 채널을 넓힐 계획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로드숍 시장은 올해도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며 “매장 효율화 등 구조조정과 더불어 독자적인 생존 방법을 마련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스킨푸드 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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