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공강우 시도 실패 낙담할 일 아니다

  • 등록 2019-01-28 오전 6:00:00

    수정 2019-01-28 오전 7:17:11

미세먼지를 줄이려고 인공강우가 시도됐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25일 전북 군산 서해상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했으나 주변 해상에서 비나 눈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남 영광 부근에서 약한 이슬비 현상이 관측되긴 했지만 이조차도 인공강우 실험의 결과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게 기술진의 자체 평가다. 중국에서 서해 상공을 건너 한반도로 넘어오는 미세먼지를 비를 뿌려 차단하겠다는 게 원래 의도였다.

그렇다고 지레 위축될 필요는 없다. 처음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는 자체로 의미가 크다. 수시로 침범하는 미세먼지로 도심이 뿌옇게 흐려지고 어린 학생들까지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녀야 하는 모습은 안쓰럽기 이를 데 없다. 이미 화력발전소 가동 감축에 노후 자동차 운행중단 등 갖은 방안이 동원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동안 투입된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도 미세먼지의 위협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인공강우 시도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번 인공강우 시도가 실패로 끝난 데는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아직 우리 기술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할 필요가 있다. 외국에서도 그동안 인공강우에 성공한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기술적으로 미국이 앞서가는 가운데 최근에는 중국의 성공 사례가 전해지는 정도다. 기술이 받쳐 준다고 해서 아무 때나 비를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습기를 충분히 머금은 구름층 형성이 기본 조건이다. 그래야만 ‘인공비 씨앗’으로 뿌리는 요오드화은에 습기가 달라붙어 물방울을 만들게 된다.

미세먼지 문제를 떠나서도 장기적인 과학 정책의 하나로 인공강우 연구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주변국에서 인공강우를 추진할 경우 우리 상공으로 유입되는 습기가 차단됨으로써 가뭄 등 기상재해를 초래하게 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각국이 이에 대한 연구를 가속화하는 만큼 이미 ‘인공강우 전쟁’은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도 이제 머뭇거릴 틈이 없다. 이번 첫 시도가 이뤄진 만큼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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